정부가 어제 발표한 ‘2026년 하반기 경제 성장전략’은 화려한 숫자로 가득 차 있다. 올해 실질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3.0%로 대폭 올렸고, 명목 성장률은 12.3%라는 ‘30년 만의 최고치’를 제시했다. 호조세를 몰아 정부는 잠재성장률 3%와 수출 세계 4위, 국민소득 5만달러를 달성하겠다는 ‘3·4·5 비전’까지 내놨다. 저성장 고착화를 반전시키겠다는 야심 찬 장밋빛 청사진이다.

그러나 올해 3% 성장과 잠재성장률 3% 복귀는 구분해야 한다. 올해 전망은 반도체 호황과 수출 증가, 추가 세수에 따른 재정 투입 효과에 기대고 있다. 정부 스스로도 두 자릿수 명목 성장률과 2900억달러 경상수지 흑자의 근거로 반도체 수출과 가격 급등을 들고 있다.

잠재성장률 3% 해법은 선후가 바뀌었다. 정부는 반도체, 데이터센터, 피지컬 인공지능(AI) 등 3대 메가 프로젝트와 인재, 지역 투자를 통해 성장잠재력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방향은 맞지만, 원대한 계획만 있을 뿐 구체적인 경로와 해법은 빠져 있다. 언제까지 달성한다는 시간표도 없다.

정작 필요한 구조개혁의 경로는 흐릿한 반면 재정 확대 계획은 선명하다. 정부는 내년 총지출을 올해보다 10% 이상 늘려 800조원대로 편성할 방침이다. 내년 경상성장률 전망(4.6%)을 한참 웃도는 과도한 팽창이다. 재정은 민간 투자의 병목을 푸는 마중물이어야 한다. 팹과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만으로 생산성이 오르지는 않는다. 노동시장 경직성과 서비스업 진입장벽, 기업 규모별 차등 규제, 낡은 인허가를 함께 걷어내야 한다. 정부가 제시한 30여 개 구조혁신 과제 중 다수가 ‘방안 마련’과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

잠재성장률 회복은 민간이 투자하고 혁신할 수 있는 환경과 제도가 좌우한다. 정부 역할은 성장의 주역을 자처하는 게 아니라 구조개혁을 통해 민간이 뛸 수 있도록 길을 여는 것이다. 정부가 돈을 푸는 ‘관제 해법’으로는 달성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