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6800선으로 급락하면서 국민연금이 리밸런싱(자산 재배분) 위기를 맞았다. 자산 배분 원칙까지 뜯어고치면서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을 너무 높인 탓에 진퇴양난의 곤란한 처지를 자초한 모습이다. ‘국민 노후 안정’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보다 시황 변동을 예측해가며 ‘베팅’에 가까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만만찮다.

국민연금이 주축을 이룬 연기금은 이달 들어 지난 10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558억원어치를 순매도하는 데 그쳤다. 상반기 리밸런싱을 유예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사실상 움직임이 거의 없는 셈이다. 국내 주식 비중 목표를 지키려면 앞으로 163조9000억원어치(대신증권 추정치)를 매도해야 한다는 분석까지 나온 점을 고려하면 ‘찔끔 매물’ 수준이다. 균형 잡힌 자산 배분을 위해 2020년 말부터 51거래일 동안 14조5000억원어치를 순매도한 과거 행보와도 차이가 크다.

주가가 급등해 가슴을 쓸어내리긴 했지만 올 상반기 매매 동향도 아슬아슬했다. 리밸런싱을 고려해야 할 급등장에서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대폭 상향(14.4%→20.8%)했다.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상승장을 활용해 수익을 실현해온 그간의 운용 원칙과 다른 모습이었다. 국민연금의 가세로 코스피지수가 너무 가파르게 오르는 바람에 조정폭이 깊어지고 급등락이 잦아졌다는 비판도 적잖다. 국민연금이 ‘팔지 않는다’는 신호를 주면서 상승장에서 큰 이익을 챙긴 곳은 상반기에 149조원어치를 순매도한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이 주식을 판 자금을 달러로 대량 환전하면서 원화 약세가 심화됐다는 분석(바클레이스)도 제기된다.

국민은 국민연금에 주식을 ‘바닥’에 사서 ‘꼭지’에 파는 족집게 투자를 요구하는 게 아니다. 주식과 채권, 대체투자 비중을 합리적으로 정해서 안정적으로 운용하기를 바란다. 세계 주요 연기금의 그간 운용 실적을 봐도 자산 배분을 어떻게 했는지가 수익률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다. 국민연금은 증시 부양의 도구가 아니라 국민 노후를 책임지는 최후의 곳간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