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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지 50년 넘었는데 줄 서서 산다"…구축 아파트의 반전 [도쿄나우]
희소한 입지에 레트로 감성
50년 지나도 자산가치 탄탄
50년 지나도 자산가치 탄탄
강남 은마아파트보다 오래된 준공한 지 50년이 넘은 일본의 노후 아파트들이 ‘빈티지 맨션’으로 각광받고 있다. 신축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고 전용면적은 줄어드는 가운데 희소한 입지와 독특한 외관, 넓은 면적을 갖춘 구축 주택에 실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오사카부 미노오시의 ‘미노오 릴리 빌리지’는 1976년 준공된 약 50년 된 아파트지만 매입 대기자가 20팀을 넘는다. 경사지에 사각형 건물이 계단식으로 이어진 독특한 외관과 흰색 외벽, 탁 트인 조망이 특징이다.
2024년 이 아파트 최상층의 115㎡ 주택을 매입한 30대 부부는 기존 5LDK(방 5개) 구조를 2LDK(방 2개)로 바꾸고 배관과 설비를 전면 교체했다. 주택 구입비와 리노베이션 비용을 합쳐 약 4000만엔을 들였다. 신축에서는 이 정도 넓이와 입지를 찾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 구매 배경이었다.
일본 부동산업계는 최근 신축 가격 급등이 빈티지 맨션의 상대적 가치를 높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부동산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25년 일본 전국 신축 아파트 한 채당 평균 가격은 전년보다 7.8% 오른 6556만엔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개발업체들은 분양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전용면적을 줄이고 있다. 이에 따라 넓은 주거공간을 원하는 수요가 중고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1960~1970년대 고도성장기에 지어진 아파트는 고지대와 역세권 등 좋은 입지를 선점한 경우가 많아 자산가치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빈티지 맨션은 명확한 법적 정의는 없지만 희소한 입지와 개성 있는 디자인, 넓은 전용면적이 핵심 조건으로 꼽힌다. 부동산업계에서는 평균 전용면적 100㎡ 이상이면서 적절한 관리와 보수가 이뤄져 노후화가 두드러지지 않는 물건을 대표적인 빈티지 맨션으로 본다.
당시 고급 아파트의 중후하고 클래식한 외관과 화려한 공용공간도 수요를 끌어들이는 요소다. 최근 신축은 비용 절감을 위해 자재와 설계가 표준화되면서 외관과 사양이 획일화되기 쉽다. 반면 오래된 고급 아파트는 건축가의 개성이 반영된 ‘하나뿐인 건축물’이라는 희소성을 지닌다.
빈티지 맨션 수요는 도쿄 도심을 넘어 지방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나고야시의 ‘메종 가쿠오잔 월궁전’은 1971년 준공됐지만 역사 깊은 고급 주택가 입지와 궁전풍 외관, 고지대 조망, 100대가 넘는 평면 주차장을 앞세워 최근 5년간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SNS 확산도 수요 증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 과거에는 구축 아파트를 낡은 주택으로 보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오래된 주택을 취향에 맞게 개조하는 방식이 알려지면서 젊은 부부와 자녀를 둔 가구의 매입이 늘고 있다.
다만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빈티지 맨션이 되는 것은 아니다. 건물의 열화 상태와 내진성, 관리조합의 운영 능력, 장기수선 계획 등이 자산가치를 좌우한다. 적절한 유지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희소한 입지와 디자인도 가치를 지키기 어렵다.
1964년 준공된 도쿄 분쿄구의 ‘가와구치 아파트먼트’는 주민들이 관리회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건물을 관리하고 있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진행한 첫 대규모 보수공사에서도 기존 외벽 디자인을 보존하기 위해 재도색하지 않고 보수와 발수 처리만 시행했다.
중앙난방 구조로 세대별 에어컨 설치가 어렵고 누수 위험이 있는 등 구축 특유의 제약도 있다. 관리비와 장기수선충당금 부담도 작지 않다. 이 때문에 구매자는 디자인과 입지뿐 아니라 유지관리 비용과 건물 상태를 함께 따져야 한다.
1977년 준공된 지바현의 약 1000가구 규모 ‘아비코 빌리지’도 재건축 대신 장기 유지 방침을 세우고 관리조합 주도로 수선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부동산업계에서는 신축 아파트의 고가·소형화가 이어질수록 입지와 디자인, 넓이를 갖춘 빈티지 맨션의 희소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현재 개발되는 신축 아파트 가운데 향후 수십 년 뒤에도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미래의 빈티지’를 만들려는 움직임도 확산할 전망이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