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지주사 체제에 속한 손자회사에 적용되는 ‘증손회사 지분 100% 보유’ 규제를 50%로 완화하는 법안을 발의한다는 소식이다. 산업통상부 장관이 인정한 반도체 등 첨단산업이면서 공동출자법인 본점이 비수도권에 있는 경우에 한해서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에 나서는 SK하이닉스 등의 외부 투자 유치를 돕는 조치라는 점에서 다행스럽다. 이번 사안이 아니더라도 진작에 풀었어야 할 규제이기도 하다.

‘지분율 100%’는 지주사가 증손회사를 보유할 수 있도록 한 예외 조항으로 2007년 도입됐다. 하지만 그 이후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규제 악법’으로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2010년에는 여야 합의로 증손회사 ‘원칙 금지’를 ‘원칙 허용’으로 바꾸고, 지분율 100%를 대폭 완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상장사 20%, 비상장사 40%)이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기도 했다. 당시 법사위에서 특정 의원이 ‘몽니’만 부리지 않았다면 진작에 풀렸을 수도 있는 규제였다.

증손회사 규제 탓에 알짜 사업을 팔거나,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 전까지는 외국 기업과의 합작이 좌초된 사례가 적지 않다. 국내 대신 해외 증손회사만 다수 거느린 기업도 있다.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 조달도 원천적으로 막혔다.

산업부와의 협의를 거쳐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마련한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당정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대기업 경제력 집중을 막아야 한다며 고수한 제도지만, 실제로는 투자와 고용을 줄인 ‘나쁜 규제’로 작동해 왔을 뿐이다. 글로벌 기업들과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는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낡은 규제’이기도 하다. 지방 투자에 대한 ‘당근’으로만 쓸 게 아니라 더 과감하게 풀어 기업의 투자 물꼬를 터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