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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교부금 개편, 효율성보다 중요한 원칙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같은 교육을 이야기하면서도 서로 쓰는 언어가 달랐다. 재정 전문가들은 수치를 근거로 들었다. 빠르게 늘어난 교육교부금은 이미 주요국과 비교해 높은 수준인데 고등교육 재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내국세 연동 방식을 손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교실 안팎의 변화를 이야기했다. 돌봄과 복지, 다문화 지원 등 새로운 수요로 학교의 책임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재정을 줄이는 건 그 변화를 외면하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같은 날 교원단체들이 교부금 축소 반대 기자회견을 연 것도 수치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장의 온도를 보여준다. 한쪽은 재정의 효율을, 다른 한쪽은 교육의 현실을 말하는 모습을 보며 교육이라는 오래된 과제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실감했다.
토론회를 지켜보다 보니 교육재정이란 긴 시간과 짧은 시간이 뒤섞인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가르치고 학교를 바꾸려면 10년, 20년을 내다봐야 한다. 그런데 재정의 시계는 훨씬 빠르게 돌아간다. 고교 무상교육 국고 지원은 2027년, 담배소비세 전입금은 2026년 일몰한다. 들어오던 돈이 사라지면 교육교부금에서 메워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교육 책임자에게 장기 계획을 세우라고 하는 것은 꽤 어려운 주문일 수밖에 없다.
교부금 개편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시대가 변하면 제도도 조정돼야 한다. 그러나 내국세와 연동된 이 제도는 1971년 이후 우리 공교육을 지탱해온 기본 장치였다. 반세기 넘게 공교육을 지탱해온 기둥을 바꾸는 일이라면, 충분히 공론화하고 숙의할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대통령이 주재하는 거창한 정책 토론까지는 아니어도 좋다. 교사와 학부모, 교육·재정 전문가가 서로의 말을 듣고 조율하는 과정은 있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국무총리나 국가교육위원회의 공론화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내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결론이 먼저 정해지고 논의가 뒤따라가는 모습이다. 과거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도 충분한 논의 없이 세입예산안 부수법률안에 포함돼 처리하면서 비판을 받았다. 이번 개편은 많은 학교와 교실, 아이들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국회 교육위원회 역시 하루빨리 제 역할을 해야 한다. 교육이라는 공통 책무 앞에서 책임 있게 논의하는 것은 정치권의 몫이다.
돈을 효율적으로 쓰자는 말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교육에서 효율은 필요한 것을 덜어내는 기술이 아니라, 필요한 곳에 더 정확히 닿게 하는 지혜가 돼야 한다. 교육재정은 아이들이 어디에 살든, 어떤 형편에 놓여 있든 배울 기회를 지켜주겠다는 국가의 약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