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 10명 중 4명 이상이 ‘외로움 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을 겪는 시민은 그렇지 않은 시민보다 약물 사용 경험 비율이 최대 2.3배 높아 약물 오남용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민 절반 '외로움 위험군'…술·약에 더 취약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는 14일 이 같은 내용의 ‘2026 서울시 4대 중독 위험도 및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 4월 27일부터 2주간 서울에 주소를 둔 만 19~64세 시민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서울시 차원에서 알코올, 도박, 약물, 스마트폰 등 4대 중독의 위험 수준과 정책 수요를 종합적으로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44.8%가 외로움 또는 사회적 고립 위험군에 해당했다. 외로움 고위험군의 약물 경험률은 32.1%로 일반군(13.9%)의 2.3배였다. 알코올 사용장애 위험군에 진입한 비율도 일반군보다 1.5~2배 높았다.

시민들이 서울시가 가장 우선적으로 대응해야 할 중독 문제로 꼽은 것은 마약성 약물이었다. 응답자의 42.7%가 이를 선택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실제 약물 경험자가 주로 사용한 물질은 수면제와 신경안정제, 수면마취제, 체중감량제 등 의료용 처방약이었다. 센터는 불법 마약 단속만으로는 처방약 오남용 문제를 관리하기 어렵다며 1차 의료기관과 정신건강기관 간 협업체계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중독 지원기관 이용률은 저조한 편으로 조사됐다. 중독 지원기관을 알고 있다는 시민은 69.3%였지만 실제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은 8.6%에 그쳤다. 중독 지원기관 자체를 모른다는 응답은 30.4%였고,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응답은 24%였다.

약물 중독으로 인한 자해·자살 문제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발표한 제14차 국가손상종합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자해·자살 연령표준화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19.9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1.7명)의 1.7배였다. OECD 38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응급실에 내원한 자해·자살 시도자의 69.4%는 약물이나 유해물질 등에 중독된 사람이었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