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의장 탈락, 감정 쌓였나…비둘기서 매로 돌변한 월러
한때 비둘기파로 분류된 크리스토퍼 월러 미국 중앙은행(Fed) 이사(사진)가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2024년까지 매파로 분류되던 월러 이사가 다시 자기 색깔을 찾았다는 평가와 함께 Fed 의장 후보에서 탈락하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등을 돌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러 이사는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행사에서 “이번주 발표되는 근원 인플레이션 지표가 또다시 높게 나오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단기적으로 통화량을 긴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관세 정책, 에너지 가격 상승, 인공지능(AI) 인프라 확대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통화 정책이 갈림길에 서 있다고 평가했다.

월러 이사는 “어떤 방식으로 분석하든 올해 물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Fed가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지난 5월까지 1년간 3.4% 오른 점을 지적했다.

월러 이사는 과거에도 매파로 분류된 적이 있다. 그는 2020년 Fed 이사에 취임한 뒤 인플레이션 억제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와 함께 대표적인 매파로 분류됐다. 2024년까지 “금리를 내리려면 인플레이션율이 목표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해 시장에서 ‘데이터에 기반한 매파’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월러 이사는 지난해부터 성향이 크게 바뀌었다. 지난해 그는 노동시장 둔화와 경기 하방 위험을 강조하며 조기 금리 인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관세에 따른 물가 상승은 일시적 충격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FOMC에서는 금리 인하를 지지하는 소수 의견을 냈다. 이에 시장에서는 월러 이사를 Fed 내 대표적 비둘기파로 분류한 바 있다. 이번 입장 변화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개인적 감정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월러 이사는 지난해 제롬 파월 전 Fed 의장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케빈 워시를 차기 의장으로 지명했다. 이후 월러 이사는 금리 인하를 주장하던 기존 태도에서 벗어나 다시 강경한 물가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중동 긴장에 따른 유가 급등에 월러 이사의 입장 변화까지 더해지며 Fed가 이달 29일 금리를 높일 확률은 올라갔다. 이날 미국 단기금리 선물시장(OIS)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될 가능성을 약 50%로 반영했다. 장 초반 40%에 못 미친 수준에서 크게 높아졌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