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초과세수로 미래기금 신설” >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성숙 국무총리, 이 대통령,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김범준 기자
< “반도체 초과세수로 미래기금 신설” >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성숙 국무총리, 이 대통령,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김범준 기자
정부가 내년도 예산을 올해 본예산(727조9000억원)보다 10% 이상 많은 ‘800조원+α’ 규모로 편성하는 역대급 확장 재정을 추진한다. 반도체 초호황으로 국가가 거둬들이는 세금이 당초 예상보다 100조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역대 최대 규모 예산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정부는 대규모 추가 세수를 신설되는 미래대응기금에 넣어 청년, 성장동력, 지방, 인재 등 4대 분야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정부는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어 내년도와 중기 재정 운용 방향 등을 발표했다. 정부는 내년도 총지출 증가율을 ‘10%+α’로 가져가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내년도 총지출은 800조원을 넘어선다. 올해 처음 700조원대에 진입한 총지출이 1년 만에 800조원을 넘어서는 것이다. 총지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나타내는 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10.6%) 후 처음이다. 당시 총지출 규모가 200조원대이고, 지금은 700조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역대급 증액이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강한 성장세로 경기가 확장 국면에 들어섰지만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 민생에 부담으로 남아 있다”며 “성장은 가속화하고 리스크는 관리하며 민생은 안정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했다.

정부는 역대급 예산 편성을 위해 관성적으로 이어져 온 재정 사업을 손질하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 50조원의 지출을 구조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박 장관은 “모든 지출 사업을 성역 없이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203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당초 전망한 2029년 58%보다 낮게 관리하겠다고 설명했다.

재정경제부는 신혼부부 주택자금 대출 때 적용되는 소득 기준을 한시 완화하는 등의 청년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특수형태근로자,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사회안전망 강화 등에 재정을 집중 투입하겠다고 했다.

역대급 확장 재정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도 나온다. 홍우형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확장 국면에 재정을 10% 이상 더 풀면 결국 인플레이션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며 “재정 운용의 비효율성도 높아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가정용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다시 한번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물가 부담이나 국민들의 소득 문제가 없다면 사실 가정용 전기요금은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정용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저소득층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 재정으로 바우처를 지급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시간대별 요금제를) 현재는 산업용에만 적용 중이지만 가정용으로 확대해야 한다”고도 했다.

한재영/김형규/박종관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