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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포옹: 당신이 낸 만 원 중 3천 원의 행방은? [현민석의 페어플레이]
30% 수수료는 왜 그대로였나
'프로젝트 허그'의 숨겨진 전략
통행료를 내린 적 없는 시장
'프로젝트 허그'의 숨겨진 전략
통행료를 내린 적 없는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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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면 팔수록 좋을 텐데, 왜 자기 앱에서 사지 말라는 걸까. 소비자들은 대개 여기서 생각을 멈추고, 그러려니 하며 조금 더 비싼 값을 치른다. 그런데 그 '조금'의 정체를 따라가 보면 보이지 않는 톨게이트에 도착하게 된다. 그 톨게이트의 주인은 구글, 통행료는 결제 금액의 최대 30%다. 웹툰 회사도 게임 회사도 아닌 구글이 소비자가 낸 1만 원 중 3천 원을 가져가는 것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통행료가 유지되어 온 배경에 관한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구글이 '프로젝트 허그'라 불리는 계약을 통해 2019년 7월부터 약 6년 9개월간 국내 주요 게임사 22곳을 붙잡아 두며 경쟁 앱 마켓의 성장을 봉쇄해 왔다는 것이다. 이 기간 관련 매출액은 약 14조 1,600억 원에 달한다. 공정위는 이를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으로 보고 제재 절차에 착수했으며, 사건은 전원회의 심의를 앞두고 있다.
30%는 왜 한 번도 내려가지 않았나
시장경제의 상식은 단순하다. 수수료가 비싸면 더 싼 경쟁자가 나타나고, 가격은 내려간다. 그런데 국내 안드로이드 앱 마켓의 80% 이상을 장악한 구글플레이의 수수료는 요지부동이었다. 국산 앱 마켓 원스토어가 절반 수준의 수수료를 내걸고 도전했지만, 판을 바꾸지 못했다. 소비자 대부분은 원스토어라는 대안이 존재하는지조차 모른다. 공정위가 이번에 내놓은 결론은, 그 '모름'이 우연이 아니었다는 것이다.미국 법정에서 드러난 14조 원의 계약
포옹으로 죽이는 법
'허그(hug)', 포옹이라는 프로젝트의 이름이 의미심장하다. 이 사건의 수법은 채찍이 아니라 당근이었다. 경쟁 마켓에 가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협박이 아니라, 우리 곁에 있어 주면 지원금을 주겠다는 포옹이었다. 그러나 경쟁법의 눈으로 보면 둘의 효과는 동일하다. 시장에 막 발을 디디려는 경쟁자에게 필요한 것은 인기 게임이라는 콘텐츠인데, 그 콘텐츠를 돈으로 묶어두면 경쟁자는 텅 빈 진열대로 개업하는 셈이 된다. 공정위 심사보고서가 이를 사업 활동 방해와 배타조건부거래로 판단한 이유다.여기서 소비자가 놓치지 말아야 할 대목이 있다. 게임사들이 받은 지원금은 공짜가 아니라는 것이다. 경쟁 마켓이 고사하면서 수수료 인하 경쟁의 싹이 잘렸고, 30%의 통행료는 쿠키 가격에, 아이템 가격에, 구독료에 녹아 소비자의 지갑에서 나간다. 구글이 게임사를 포옹하는 비용을 포옹당한 적도 없는 소비자가 치러온 구조다.
선택한 적 없는 선택
필자는 지난 3월 AI 에이전트 칼럼에서 플랫폼 독점의 진화를 '잘못된 추천'에서 '존재의 삭제'로 표현한 바 있는데, 이 사건이 그 전형적인 사례다. 경쟁자를 검색 결과 뒤 페이지로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경쟁자의 진열대를 비워 존재 자체를 지우는 방식. 소비자는 박탈당한 줄도 모른 채 선택권을 박탈당했다.
8500억 원의 과징금으로도 바뀌지 않는 것
그렇다면 사상 최대급 과징금이 부과되면 문제는 해결되는가. 과거의 경험은 회의적이다. 한국은 2021년 세계 최초로 앱 마켓의 특정 결제방식 강제를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을 통과시켰다. 개발사가 구글 결제 대신 제3자 결제를 쓸 수 있게 길을 열라는 취지였다. 구글은 법을 따라 제3자 결제를 허용했다.
다만 조건이 붙었다. 구글 결제 수수료가 30%인데, 제3자 결제를 쓰면 26%를 내라는 것이었다. 언뜻 인하로 보이지만 함정이 있다. 제3자 결제를 붙이려면 개발사가 제3자에 대해 별도의 결제 대행 수수료와 시스템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이를 합치면 30%와 같거나 오히려 비싸진다. 어떤 개발사도 제3자 결제를 쓸 이유가 없도록 설계된 '준수'였다. 법은 지켜졌고, 현실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구글은 2023년에도 게임사들의 경쟁 마켓 등록을 막은 혐의로 공정위 제재를 받은 전력이 있다. 법을 만들면 우회하고 제재하면 반복하는 상대다. 연 매출 수백조 원의 기업에 과징금은 통행료 사업의 부대비용에 불과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공정위 조치의 초점은 과징금 부과가 아니라 사업구조 변경에 맞춰져야 한다. 경쟁 마켓 진출을 봉쇄하는 계약 관행 자체를 금지하고, 그 이행을 형식이 아니라 실질을 기준으로 감시해야 한다. 26%짜리 우회로가 다시 만들어지지 않도록 막는 것이 8,500억 원의 과징금보다 중요하다.
이 사건의 심판정에 소비자가 설 자리는 없다. 그러나 그 6년 9개월간 통행료를 지불해 온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소비자였다. 소비자에게 필요한 것은 수천억 원의 과징금이 아니다. 톨게이트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또 다른 길이다. 다른 길이 열리고 경쟁이 시작되어야 통행료는 비로소 내려간다. 한 번도 내려간 적 없는 30%의 통행료가 처음으로 내려가는 날 페어플레이는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