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 바이오 대형주인 HLB펩트론이 나란히 하한가로 떨어졌다. 각각 미국에서의 신약 허가 지연, 블록버스터 비만약 ‘마운자로’ 관련 협업 불확실성 확대 소식이 실망 매물을 자극했다. 다른 대형 바이오주는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냈다.

◇HLB·펩트론 실망매물 쏟아져

'바이오 대형주' HLB·펩트론, 돌발 악재에 동반 하한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LB는 10일 가격제한폭(29.89%)까지 내린 3만6600원에 마감했다.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4조8751억원으로 하루 만에 약 2조원이 증발했다.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의 미국 승인 지연이 투매를 불렀다. HLB의 미국 자회사 엘레바테라퓨틱스는 9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세 번째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았다고 밝혔다. 엘레바는 중국 외 글로벌 권리를 보유한 신약허가신청(NDA) 주체로 FDA와의 소통을 주도해왔다.

HLB의 간암 신약 허가 불발은 이번이 세 번째다. 이 회사는 2024년 5월 첫 번째 CRL, 2025년 3월 두 번째 CRL을 받았다. 이번 허가 보류는 리보세라닙 NDA 서류에 담긴 항서제약 제조시설이 지난 4월 FDA 정기실사에서 지적사항(Form 483)을 통보받은 영향이 컸다.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은 모두 항서제약이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다. FDA는 ‘이 시설의 품질관리 결함을 해소할 때까지 병용요법을 허가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펩트론도 개장 직후 하한가로 직행했다. 시가총액은 2조6000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전날 대전에서 열린 한 바이오 포럼에서 나온 소식이 대형 악재로 작용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최호일 펩트론 대표는 일라이릴리와의 공동연구 대상 물질에 “터제파타이드는 포함돼 있지 않다”고 발언했다. 터제파타이드는 마운자로의 성분명이다.

그동안 투자자는 회사가 장기지속형 제형 플랫폼인 ‘스마트데포’를 활용해 기존 주 1회 투여 제형의 마운자로를 월 1회 투여로 바꾸는 협력을 진행할 것으로 기대했다. 앞서 일라이릴리와 맺은 물질이전 및 기술평가계약(MTA)의 초점이 두 기술의 결합에 있다고 예단한 것이다. 하지만 최 대표의 발언으로 핵심 투자 근거가 흔들렸다.

논란이 커지자 펩트론은 10일 “특정 상업화 제품 하나가 아니라 복수 물질을 공동 연구하고 있다”고 수습에 나섰다. 다만 협력 물질은 비밀유지의무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이후에도 거듭 공지 문구를 수정하며 투자자 달래기에 나섰지만 주가 반등을 이끄는 데 실패했다.

◇다른 대형주는 강세

펩트론은 과거에도 불투명한 정보 공개로 많은 투자자를 실망하게 한 경험이 있다. 일례로 2024년 10월 일라이릴리와의 MTA 기간을 약 14개월로 안내했는데 실제 계약상 최장기간은 24개월로 드러났다. 2020년과 2023년에도 MTA 공시를 냈지만 기대한 기술수출 계약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일라이릴리와 최종 계약을 맺기 전까진 투자자 신뢰 회복이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두 기업의 대형 악재에도 불구하고 이날 바이오주 전반에 대한 투매는 없었다.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1위 알테오젠은 이날 32만4000원으로 8% 상승했다. 에이비엘바이오(1.61%), 리가켐바이오(1.78%) 등 주요 신약 개발업체도 강세를 나타냈다. 유가증권시장의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도 각각 5.28%, 1.21% 올랐다.

이명선 DB증권 연구원은 “바이오 섹터가 이미 상당한 조정을 받아 바닥권에 있는 만큼 지수 전반의 연쇄 하락으로 번지기보다 개별 종목 이벤트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