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비행기로 두 시간 거리의 살타주. 해발 4000m 고지대라 산소량이 부족해 달리기도 금지된 이곳에 포스코아르헨티나의 염수리튬 1공장이 가동되고 있다.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리튬이 녹아 있는 염수를 수백m 지하에서 뽑아내 중간재인 인산리튬으로 제조하는 상공정 시설이다.
지난 20일 방문한 공장에서는 밀가루처럼 희고 고운 입자의 인산리튬 가루 생산이 한창이었다. 인산리튬은 저지대의 하공정 공장으로 운반돼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소재인 수산화리튬으로 재탄생한다.
공장이 지난 3월 상업생산을 시작하면서 포스코아르헨티나는 2분기에 사상 첫 분기 흑자를 달성했다. 국내 기업이 해외 염호를 개발해 리튬을 생산하는 최초 사례다.
◇ 햇빛에 염수 말려 리튬 얻는다
리튬의 원천은 공장 옆에 드넓게 펼쳐진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다. 지표면은 황토색 메마른 땅이지만 지하에는 리튬을 머금은 염수가 고여 있다.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의 염수는 L당 평균 921㎎의 리튬을 보유하고 있다. 통상 L당 300㎎ 정도의 리튬이 포함돼 있어도 사업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하 400~500m에서 뽑아낸 염수는 염호 옆 거대한 폰드(인공 연못)로 옮겨진다. 이곳에서 염전처럼 햇빛과 바람으로 물을 증발시키고, 불순물을 걸러내 리튬 농도를 진하게 만드는 작업이 이뤄진다. 농축된 염수는 공장으로 보내진다.
포스코그룹은 2010년 리튬을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염수리튬 추출 기술 개발에 나섰다.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를 2억8000만달러에 인수하고 포스코아르헨티나 법인을 세워 리튬 사업에 본격 진출한 건 2018년이다. 당시 신사업실장이던 박현 포스코아르헨티나 법인장은 “시장에 나온 매물 중 마음에 드는 염호가 없어 팀원들과 염호를 팔 만한 외국 기업을 찾아다니며 설득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산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는 현재 리튬 1350만t이 매장된 세계 2위 수준의 고품질 염호로 평가된다.
◇ 캐즘 오자 저평가 염호 인수
2022년 포스코는 2030년까지 2·3·4공장을 건설해 아르헨티나 리튬 생산량을 연 10만t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포스코아르헨티나가 리튬을 생산하고, 포스코퓨처엠이 리튬으로 양극재 등 배터리 소재를 제조하는 밸류체인도 구축했다. 당시 중국 탄산리튬 현물가격은 t당 60만위안(약 1억2300만원)을 웃돌았다.
그러나 이후 호주 등에서 리튬 공급이 급증했고, 2023년 하반기에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왔다. 탄산리튬 가격은 지난해 6월 t당 6만위안을 밑돌며 10분의 1 토막 났다.
포스코그룹은 침체기에 저평가된 우량자산을 확보했다. 지난해 7월부터 기존 보유한 염호 옆의 ‘옴브레 무에르토 노스’ 염호 인수 협상을 시작했다. 올 4월 6500만달러에 노스 염호 인수를 완료하며 총리튬매장량을 1500만t으로 늘렸다. 수율을 고려해 이 중 300만t을 뽑아낸다고 해도 전기차 700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염호의 총면적은 287㎢로 서울시 면적의 47%에 육박한다.
이 전략은 최근 빛을 보고 있다. 5월 리튬 가격이 20만위안을 돌파하는 등 시장이 살아나면서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용 리튬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글로벌 주요 전기차 판매량이 증가하며 캐즘은 끝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계약 문의도 쏟아지고 있다. 최근 배터리 원료·소재 분야에서 ‘탈중국’이 중요한 화두가 됐기 때문이다. 박 법인장은 “전 세계 배터리 및 완성차 업체들이 공급 문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그룹은 아르헨티나에서 연내 2공장을 준공한 후 2030년 3공장, 2033년 4공장을 준공할 계획이다. 아르헨티나(10만t)와 호주(7만3000t)를 합쳐 연 17만3000t 규모의 리튬 생산 체제를 구축해 글로벌 리튬 톱5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