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일본 등은 중국산 저가 전기차 공세에 맞서 자국 산업을 보호 또는 육성하는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중국 업체가 값싼 노동력과 저렴한 원자재값을 앞세워 밀어내기 수출에 나서자 각국 기업이 불공정 경쟁에 노출됐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반면 대중국 관세 8%를 제외하고 별다른 무역 장벽이 없는 한국은 중국 완성차 업체의 침투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독일은 올해 초 소득과 가구 구성에 따라 최대 6000유로(약 970만원)를 지급하는 전기차 구매 및 리스 지원 제도를 재도입했다.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최고 45.3%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독일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폭스바겐 등 독일 완성차 업체에 혜택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도 지난해 3만7000파운드(약 6975만원) 이하 전기차 신규 구매자를 대상으로 차량 구매가의 약 10%를 할인해주는 보조금 제도를 다시 도입했다. 미국은 중국산 자동차에 기본 27.5% 세율을 매기고, 전기차는 100% 추가 관세를 붙인다.

일본도 자국 전기차 산업 보호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로 꼽힌다. 일본 완성차 업체가 전동화 전환에 뒤처진 사이 비야디(BYD)를 포함한 중국 업체의 일본 상륙이 본격화하면서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올해 초 전기차 등 친환경차 보조금 체계를 개편해 전기차 보조금 상한을 기존 90만엔(약 782만원)에서 130만엔(약 1129만원)으로 조정했다. 일본 내 배터리 충전 인프라 설치와 정비 거점 운영 수준을 평가해 일본 기업에 더 많은 보조금 혜택이 가는 구조다.

한국은 최근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한 기업에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국내생산촉진세제 적용 대상에서 전기차를 제외했다. 전기차에 대한 개별소비세 감면 한도도 현행 300만원에서 내년 200만원, 2028년 100만원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주요국 정부는 중국 전기차 업체의 밀어내기 물량이 자국 산업에 위협이 될 것으로 인식하고 정책 손질에 나섰다”며 “한국 역시 보조금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정상원 기자 top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