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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닉스, 美에 공장 짓게 하고 싶다" 美 상무의 노골적 압박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러트닉 장관은 이날 뉴욕주 클레이에서 진행된 미국 마이크론의 반도체 생산공장 콘크리트 타설식에 참석해 “그(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인 산자이 메로트라)가 좋아하지 않겠지만 그의 경쟁사인 삼성과 SK하이닉스를 데려오고 싶다”면서 “마이크론이 선두에 서 있고, 이제 다른 회사들은 질투할 것이다. 결국 따라올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삼성, SK하이닉스와 논의하고 있다”고도 했으나 구체적인 논의 내용을 말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 한국의 대미투자를 압박하는 과정에서도 여러 차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일부를 미국에 이전해야 한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한국과 대만이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훔쳤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이다.
두 회사는 이미 미국에 투자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440억달러를 투자해 텍사스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는 중이다. 이와 관련해 조 바이든 전 미국 행정부에서 칩스법 보조금 66억달러를 준다는 약속도 받았다.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 웨스트라파예트 지역에 40억달러를 들여 인공지능(AI) 반도체용 첨단 패키징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추가 투자 압박을 노골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러트닉 장관은 대만 반도체의 절반 이상이 미국에 있어야 한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TSMC는 이에 따라 미국 투자 규모를 대폭 늘리고 대관활동을 강화하는 중이다. 마이크론도 타설식 전날 투자 규모를 2000억달러에서 2500억달러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최근 한국 정부가 80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메가 프로젝트’) 구상을 발표한 것이 미국 정부를 자극했을 가능성도 있다. 앞서 일본 니혼게이자이는 한국의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60%에 달한다면서 트럼프 정부가 이를 규제하려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1980년대에 미국이 일본 반도체 산업을 견제하기 위해 강제 시장개방과 수출제한 등을 포함한 반도체 협정을 체결한 것을 한 예로 들었다.
압박이 강화되면서 SK하이닉스 등은 대미투자를 일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글로벌 반도체 회사들이 정치적 압박에 밀려 동시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경우 수년 후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트럼프 정부의 보조금이나 관세 관련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것도 부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후 칩스법을 폐지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으나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또 반도체 관세 100%를 부과하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실행하지 못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