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주가 뒤흔든 주범은 한국"…뼈때린 일본 [도쿄나우]
세계 메모리 반도체주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배경에는 한국에서 출시된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있다는 분석이 일본 언론에서 나왔다. 레버리지 ETF가 주가 상승 때는 추가 매수, 하락 때는 추가 매도를 반복하는 구조여서 메모리주의 변동성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진단이다.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메모리주 급등락, 주범은 개별주 레버리지 ETF…수배의 가격 변동에 '투기' 열광'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최근 급성장한 개별주 레버리지 ETF가 메모리 반도체주 급등락의 핵심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개별주 레버리지 ETF 운용자산은 지난 6월 말 기준 500억달러를 넘어 1년 만에 2.3배로 증가했다. 특히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 샌디스크 등 메모리 반도체 관련 상품으로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닛케이는 논란의 중심에 있는 종목으로 한국 SK하이닉스를 지목했다. SK하이닉스는 10일 미국 나스닥에 미국예탁증권(ADR)을 상장한다. 주가는 최고점 대비 약 25% 하락했지만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여전히 세 배 이상 오른 상태다. 최근 20일 기준 연율 환산 변동성도 110%를 넘어 미국 S&P500지수(약 15%)를 크게 웃돌고 있다.

레버리지 ETF는 목표 배율을 유지하기 위해 주가가 오르면 기초자산을 추가 매수하고, 하락하면 매도하는 리밸런싱을 반복한다. 특히 장 마감 직전 거래가 집중되면서 상승장에서는 매수세를, 하락장에서는 매도세를 더욱 키워 시장 변동성을 확대하는 구조다.

프랑스 투자은행 소시에테제네랄(SG)에 따르면 SK하이닉스 현물 거래대금 가운데 ETF 리밸런싱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변동성이 컸던 날에는 25%까지 치솟았다. 한국은 올해 4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허용했으며, 현재 8개 운용사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한국 금융감독당국도 우려를 나타냈다. 금융감독당국 수장은 최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을 몸으로라도 막았어야 했던 것이 아닌가 후회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개별종목 레버리지 ETF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다만 닛케이는 레버리지 ETF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음에도 현재 규모만으로는 시장 전체를 흔드는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S&P500지수가 1% 움직일 경우 레버리지 ETF의 리밸런싱 규모가 270억달러에 달하지만, 블랙먼데이 수준의 급락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도 시장 전체를 붕괴시킬 정도의 영향력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