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혁 메리츠증권 파생상품팀장
김정혁 메리츠증권 파생상품팀장
“홍콩 H지수 사태 이후 주가연계증권(ELS)은 안정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변화했습니다. 동시에 국내 증시 변동성이 확보되면서 손실이 발생하는 낙인베리어를 20~30%까지 낮추면서도 연 30% 안팎의 쿠폰(수익률)을 제공해, 직접 투자에 부담을 느끼는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김정혁 메리츠증권 파생상품팀장은 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불안한 시장상황은 일정 수준의 수익을 목표로 하면서 하락 위험을 완화할 수 있는 ELS의 상품구조가 매력적인 구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때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 주목받으며 1년에만 76조원(2019년 기준)의 발행액을 기록했던 ELS는 2024년 홍콩H지수 사태를 계기로 크게 위축됐다. 최대 판매처였던 은행권 판매가 사실상 중단되며 발행액은 지난해 기준 21조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올들어서도 지난달까지 12조원을 기록해 지난해와 비슷한 수치로 집계된다. 복잡해진 가입 절차와 ELS 상품을 향한 투자자들의 경계는 물론, 주식 직접투자와의 상대적 매력도 차이가 확대된 결과다.

하지만 김 팀장은 국내 증시의 변동성 확대와 함께 ELS의 상대적 투자매력이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은행 판매가 멈추면서 ELS의 제조사이자 판매사인 증권사가 직접 상품을 기획하고 자체 채널을 통해 공급하면서 다양한 구조의 상품들이 등장했다”며 “특히 최근 국내 증시의 일간 변동성이 급증하며 옵션 프리미엄이 비싸졌고, 이를 바탕으로 만기를 1년으로 단축하면서도 높은 쿠폰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

최근 ELS 시장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들이다. 이달 6일 메리츠증권이 발행한 제476회 ELS는 코스피200지수와 SK하이닉스가 1년 안에 가입 당시 최초 기준 가격의 30% 미만으로 하락한 적이 없다면 연 31.66%의 수익을 제공한다. 여기에 3개월 마다 조기상환 기회가 존재하고, 이 구간도 기초자산 기준 가입가격의 75%에서 70%까지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구조다.

김 팀장은 “현재 주가 수준에서 직접 투자해 30%의 수익을 맹목적으로 기대하기 부담스러운 투자자들에게 훌륭한 대안”이라며 “예컨대 SK하이닉스가 1년 내 고점 대비 70% 이상 폭락하지 않는다면, 하방에 두터운 버퍼(안전판)를 두고 연 30%의 수익을 챙길 수 있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ELS 고유의 한계와 리스크는 여전히 뚜렷하다. ELS는 상승장에서는 약속된 수익률로 상단이 제한되지만, 하락장에서는 기초자산 하락분을 그대로 떠안는 풋옵션 매도의 성격을 지닌다. 기대 수익률이 30%까지 치솟았다는 것은 그만큼 기초자산의 높은 변동성 위험을 감내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 팀장은 “메리츠증권이 2018년 이후 발행한 약 4800건의 자체 ELS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95%가 수익 상환됐지만, 나머지 5%의 손실 구간 진입 시 평균 손실률은 40%를 훌쩍 넘어 충격이 컸다”며 “낙인을 30%로 낮춰 상환 확률을 높이고 방어력을 키운 것은 사실이나, 한국 증시 전체가 무너지는 꼬리 위험(Tail Risk)이 발생하면 손실을 피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과거 은행 예금의 대체재처럼 여겨졌던 ‘중위험·중수익’의 환상에서 벗어나, 이제는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 구조임을 명확히 인지하고 투자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