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사건'을 둘러싼 경찰 부실수사 및 유착 논란이 커지자 미국 출장 중 조기귀국한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10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경찰 수사 신뢰제고를 위한 쇄신 방안 등을 논의하는 경찰 지휘부 화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장윤기 사건'을 둘러싼 경찰 부실수사 및 유착 논란이 커지자 미국 출장 중 조기귀국한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10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경찰 수사 신뢰제고를 위한 쇄신 방안 등을 논의하는 경찰 지휘부 화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찰청이 '장윤기 사건'에서 드러난 유착 의혹을 계기로 유사 사건 전수조사를 예고했지만, 시작 전부터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10일 전국 지휘부 화상회의에서 대국민 사과와 함께 '경찰 수사 쇄신 태스크포스(TF)'를 통한 전수조사 계획을 밝혔다. 위원장을 포함해 과반수를 외부 인사로 채운 이 TF는 전국 경찰관서를 대상으로 현직 경찰관이 가족 사건을 수사하는 부서에 근무 중이거나 최근 3년 이내 근무 이력이 있는지 등을 점검할 방침이다.

하지만 '가족 사건'의 정의부터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작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장윤기 사건조차 이 기준에 딱 들어맞지 않는다. 가해자 부친이 현직 경찰관인 건 맞지만, 실제 수사를 맡은 광주광산경찰서 수사팀과는 가족 관계가 아니었다. 즉 '경찰관 가족이 연루된 사건'이라는 전제 자체가 이번 사건의 핵심 문제인 '인맥을 통한 부적절한 개입'을 온전히 포착하지 못하는 그물이라는 것이다.

가족과 사건 관계인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도 불분명해, TF가 자체 조사와 자진신고, 제보에 의존하지 않고 조직 전체를 훑어보는 데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의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구속된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장 A 경감 / 사진=연합뉴스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의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구속된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장 A 경감 / 사진=연합뉴스
14만 명에 달하는 전체 경찰 인력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는 물리적으로도 방대한 작업이다. 지휘부 입장에서는 당장 보여주기 손쉬운 대책이지만, 정작 일선 경찰관에게는 업무 부담만 가중시키는 조치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근본적인 원인 규명과 제도 개선보다 '과거 지향적'인 전수조사에 인력을 투입하는 것이 실효성 있는 해법인지에 대한 회의론도 제기됐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도 비슷한 정서가 감지됐다. "그동안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전수조사한다고 해놓고 제대로 해결된 적이 없다"거나 "사건 관계인이 경찰 가족인지 애초에 파악이 가능하냐"는 회의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위기에 처한 경찰이 내놓은 대책이 현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모습이다.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 주장에 대해서는 "사시나 로스쿨을 패스한 엘리트보다 경찰이 자기 사건을 수사해주길 바란다는 건가", "피해자 입장에서는 수사를 더블체크해주는 게 무조건 좋은 일 아닌가"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살인·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장윤기(23) 씨 / 사진=연합뉴스
살인·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장윤기(23) 씨 / 사진=연합뉴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이날 광주경찰청장과 광주청 수사부장, 광주 광산서장, 광산서 형사과장 등 수사 라인을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법왜곡죄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고발 대상에는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유 직무대행,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 등도 포함됐다.

장윤기의 손에 처참하게 희생된 고 이채원 양의 어머니는 지난 8일 광주경찰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엄정하게 수사하고 우리 채원이의 억울함을 풀어줄 것이라고 믿었던 경찰이 우리 편이 아니었다"면서 "채원이의 억울함을 풀어줄 것이라 믿었던 경찰이 우리 편이 아니라 살인마의 편이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6월 21일 오후 광주 광산구 신창동 광주시교육청 시민협치진흥원에서 열린 고(故) 이채원(17) 양의 49재 추모식에서 유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이 양은 지난달 5일 광산구 월계동 한 도로에서 장윤기(23)가 휘두른 흉기에 찔러 숨졌다. 사진=연합뉴스
6월 21일 오후 광주 광산구 신창동 광주시교육청 시민협치진흥원에서 열린 고(故) 이채원(17) 양의 49재 추모식에서 유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이 양은 지난달 5일 광산구 월계동 한 도로에서 장윤기(23)가 휘두른 흉기에 찔러 숨졌다. 사진=연합뉴스
이양 어머니는 "경찰 본인들의 딸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다면 증거가 사라지고 진실이 훼손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수 있었겠나"라며 "다시는 우리 채원이와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모든 사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관련자 모두에게 엄중한 책임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