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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장윤기 사건인데…경찰은 단순살인·검찰은 강간살인, 왜
경찰, 직접 증거 부족 들어 일반 살인죄로 檢 송치
검찰은 리얼돌·납치 정황 등에 강간살인 적용해
검찰은 리얼돌·납치 정황 등에 강간살인 적용해
두 혐의는 법정형에서 큰 차이가 난다. 일반 살인죄는 징역 5년 이상이 가능하지만 강간 등 살인죄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으로만 처벌하도록 규정돼 있다.
검찰이 주목한 것은 장윤기가 피해자를 살해하기 전후 보인 행동과 다른 성범죄의 수법이었다.
검찰은 장윤기가 피해자를 뒤에서 제압해 자신의 차량 쪽으로 끌고 가려 했고 피해자가 강하게 저항하자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범행 직전 아르바이트 동료 여성을 성폭행할 때 사용한 제압 방식과도 유사하다고 봤다. 자취방에서 발견된 훼손된 리얼돌과 과거 불법촬영 행위 등도 장윤기의 성적 범행 동기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검토됐다.
반면 경찰은 장윤기의 자백이나 성폭행 시도 자체를 직접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데 무게를 둔 것으로 전해졌다. 장윤기가 삶에 흥미를 잃어 범행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반복하면서 경찰은 구애를 거절당한 데 대한 분풀이성 범죄로 결론 내리고 일반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도 성범죄 목적의 살인 혐의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부 제기됐지만 최종 송치 혐의에는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의견이 직접 증거가 아닌 정황에만 의존한다는 이유로 수용되지 않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문제는 경찰의 보수적인 법리 판단만으로 이 같은 차이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장윤기의 아버지와 큰아버지가 현직 경찰관인 사실이 알려진 데 이어 사건 수사팀장이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되면서 경찰이 혐의를 축소하거나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졌다. 다만 이러한 의혹이 일반 살인죄 적용에 직접 영향을 줬는지는 향후 수사를 통해 확인돼야 한다.
검찰은 공소 유지 방식에서도 강경한 선택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 살인죄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별도 추가하지 않고 강간 등 살인 혐의를 주된 공소사실로 제시한 것이다.
살인 행위 자체가 인정되는 사건에서는 강간 목적이 재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법원이 일반 살인죄를 인정할 여지가 있다. 검찰이 별도의 예비적 혐의를 덧붙이지 않은 것은 성폭행 목적을 입증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이러한 법적 구조를 고려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번 사건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에 부여된 1차 수사 책임도 다시 시험대에 올렸다. 국민적 관심이 큰 강력 사건에서 수사 초기 확보한 정황과 내부 의견이 최종 혐의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경찰 지휘 체계와 책임수사 역량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