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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받은 빌딩, 가족 갈등의 씨앗 되는 이유 [김용남의 부동산 자산관리]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가장 흔한 문제가 형제자매 공동상속입니다. 같은 중소형빌딩을 물려받아도 상속인마다 생각은 다릅니다. 한 명은 장기 보유를 통한 가치 상승을 원하고, 다른 한 명은 안정적인 임대수익 배분을 기대하며, 또 다른 한 명은 빠른 매각을 통한 현금화를 원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의견 차이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수선비 집행, 임대 조건 변경, 리모델링 투자, 매각 시점 판단을 둘러싼 갈등으로 확대됩니다.
문제의 본질은 가족 간 애정 부족이 아니라 운영 시스템의 부재입니다. 수십억원, 수백억원 규모 빌딩은 단순한 재산이 아니라 지속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한 사업체입니다. 누가 관리할 것인지, 비용은 어떻게 집행할 것인지, 수익은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면 부모 세대가 남긴 소중한 부동산(不動産)은 다음 세대에서 비용과 갈등을 만드는 '부동산(負動産)'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와 자산 승계 시대를 경험한 일본의 사례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일본 도심의 빌딩 소유 가문은 공동상속 이후 권리 관계 복잡화와 의사결정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핵심 원칙이 바로 ‘소유와 경영의 분리’입니다. 가족은 소유자로서 중요한 투자 방향을 결정하고, 전문가는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자산 운영과 가치 향상을 담당하는 구조입니다.
상업용 부동산의 가치는 단순한 임대료 규모가 아니라 순영업소득(NOI)에 의해 결정됩니다. 공실 증가, 임대료 체납, 불필요한 비용 증가는 NOI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곧 자산 가치 하락으로 연결됩니다. 반대로 우량 임차인 유치, 적정 임대료 조정, 장기 수선계획 수립, 운영비 절감을 통해 NOI를 높이면 같은 건물이라도 시장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대형빌딩을 소유한 기관투자가 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자산운용(AM)과 자산관리(PM)의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됩니다. AM이 전체 부동산 포트폴리오라는 ‘숲’을 바라보며 투자·보유·매각 전략을 수립하고 자산 가치 극대화를 추구한다면, PM은 개별 빌딩이라는 ‘나무’를 건강하게 관리하며 임대 운영, 임차인 관리, 시설 개선을 통해 현장의 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그러나 개인 자산가가 보유한 중소형빌딩 시장의 현실은 다릅니다. 별도의 AM 조직을 운영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문 PM회사가 단순한 관리 업무를 넘어 사실상 자산운용 관점까지 담당해야 합니다. 임대 전략 수립, 우량 임차인 유치, 리모델링 투자 판단, 운영비 절감, 최적의 매각 시점 검토까지 건물주의 입장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빌딩 주치의’ 역할이 요구됩니다.
결국 좋은 PM은 단순히 건물을 유지하는 관리인이 아닙니다. 변화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임대 경쟁력을 높이고, 리스크를 관리하며, 건물주의 자산 가치를 키우는 전략적 파트너입니다. 가족 중 누가 직접 관리할 것인지 고민하기보다 어떤 시스템으로 운영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앞으로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보유만으로 차익을 실현하던 시대에서 벗어나, 얼마나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자산을 운용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입니다. 진정한 자산 승계는 눈에 보이는 부동산의 지분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그 자산이 지속 가능하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운영 시스템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일입니다.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통제하고 전문적인 자산관리 체계를 도입할 때, 상속받은 빌딩은 비로소 가족 갈등의 원인이 아닌 대를 이어 성장하는 부의 플랫폼으로 기능하게 될 것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용남 글로벌PMC(주)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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