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하나./사진=뉴스1
황하나./사진=뉴스1


지인에게 마약을 투약하게 하고 해외로 도피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씨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안양지원 형사3단독 박준섭 부장판사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황씨에게 벌금 4000만원을 선고하고 2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선고를 마친 후 석방이 되자 황씨는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마약 투약 및 권유 혐의와 도피 혐의를 분리해 판단했다. 먼저 검찰이 제기한 핵심 혐의인 마약 투약 건에 대해서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봤다.

박 부장판사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와 사건 당시 현장에 함께 있었던 지인들의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이 직접 필로폰을 투약하거나 타인에게 투약하게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인들의 진술이 서로 엇갈리는 데다 객관적인 조사 결과에서도 혐의를 명확히 입증할 단서가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설령 일부 가담이 인정되더라도 지인의 요청에 따라 소량을 투약한 수준에 불과해 범행의 중대성이 변론에 이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반면 수사 선상에 오른 직후 해외로 출국해 기소 유예 및 체포를 피하려 한 도피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가 인정됐다.

황씨는 2023년 7월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지인들과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되자 같은 해 12월 태국으로 출국했다. 이후 여권이 무효화되고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진 상태에서도 캄보디아로 밀입국해 도피 생활을 이어가다 지난해 말 자진 출석 의사를 밝힌 뒤 현지 공항 항공기 내에서 체포됐다.

재판부는 "수사 개시 직후 해외로 나간 행위는 사법 절차를 회피하려는 의도가 인정된다"면서도 "다만 이는 수사 자체를 무력화하기보다 밀려오는 사회적 관심과 중압감으로부터 벗어나려 했던 측면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과거 동종 범죄로 실형을 살고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재차 법정에 선 점은 불리하게 작용했으나, 남은 필로폰을 스스로 추가 투약하지 않은 점 등도 참작됐다.

황씨는 그간 재판 과정에서 "당시 현장에 머물렀던 것은 사실이지만 마약을 직접 투약하거나 권유한 적은 없다"며 혐의를 부인해 왔다. 1심 재판부가 사실상 도피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구속 상태였던 황씨를 석방함에 따라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조만간 결정할 방침이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