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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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등 임금 일부를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발의되자 양대 노총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노동자의 임금을 정책 수단으로 활용해서는 안 되며, 근로기준법의 '임금 직접 지급 원칙'을 훼손하는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9일 노동계에 따르면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43조는 임금을 근로자에게 '전액 통화로 직접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령이나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일부를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고 있지만, 구체적인 지급 수단은 명시하지 않았다.

개정안은 이 조항을 손질해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근로자가 명시적으로 동의한 경우 임금 일부를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통화 외의 지급 수단도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박 의원은 제안 이유에서 "지역사랑상품권은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을 보호하고 지역 내 소비와 재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제도"라며 "임금 일부를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하면 지역 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양대 노총은 법안 철회를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9일 성명을 내고 "노동자의 임금은 정책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노동의 대가로 온전히 보장돼야 할 권리"라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근로기준법의 임금 직접 지급 원칙을 훼손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특히 법안이 '근로자의 명시적 동의'를 전제로 하지만 현실에서는 사실상 동의 강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채용과 인사평가, 조직문화 등을 고려하면 근로자가 자유롭게 거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이날 별도 성명을 통해 "임금은 노동자의 기본 생존권"이라며 법안 철회를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지역사랑상품권은 사용 지역과 이용처가 제한되고 유효기간도 있어 사실상 실질임금 감소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개정안에 포함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통화 이외의 것'이라는 문구를 문제 삼았다. 민주노총은 지급 비율 상한과 지급 대상에 대한 기준 없이 시행령으로 지급 수단을 확대할 수 있도록 포괄적으로 위임하고 있다며 법적 안정성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또 실제 제도가 시행될 경우 협상력이 약한 중소사업장과 비정규직 노동자가 사실상 선택권을 행사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법안 발의 배경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해외 송금 문제를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국적에 따라 임금 취급을 달리하려는 발상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지역경제 침체의 근본 원인은 청년 인구 유출과 양질의 일자리 부족, 수도권 집중에 있다"며 "기업 투자 확대와 지역 산업 육성, 균형발전 정책이 우선돼야지 노동자의 임금을 정책 수단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