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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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절반 이상이 환갑을 넘겼어요. 한국인 막내 직원은 이미 50대고요.”

경기 안산의 한 금속가공업체 대표 A씨는 최근 정년을 맞은 숙련공 2명을 ‘촉탁직’으로 재고용했다. 그는 “요즘은 젊은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외국인이나 60세 넘은 베테랑이 아니면 공장을 돌리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제조업, 재고용 ‘환영’ 금융업은 ‘외면’

"퇴직한 베테랑 아니면 공장 못 돌려요"…제조업 재고용률 60%
산업 현장에서 ‘재고용 중심의 계속고용’이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고령화로 법정 정년(60세)을 넘긴 은퇴 근로자가 늘고 있지만, 이를 메울 청년 인력 유입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정년 이후에도 건강을 유지하며 일하고 싶은 은퇴자와 숙련 인력이 필요한 기업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제조업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제조업체 중 재고용제도를 도입해 운용하는 비율은 2025년 기준 61.6%에 달했다. 운수 및 창고업이 61.0%로 뒤를 이었고, 숙박 및 음식점업(57.7%), 건설업(53.8%),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임대서비스업(51.3%)도 절반 이상의 사업장이 재고용제도를 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기계·금속 제조업 등에선 고령 인력 의존도가 높아져 재고용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는 분위기다. 한국고용정보원의 ‘기계·금속 제조업의 일자리전환 실태 연구’에 따르면 금속 제조업의 60세 이상 근로자 비중은 2020년 상반기 11.4%에서 2024년 하반기 17.7%로 높아진 반면 30~39세 비중은 같은 기간 22.0%에서 19.3%로 하락했다. 기계 제조업은 60세 이상 비중이 8.1%에서 13.9%로 뛰는 동안 15~29세 비중은 15.2%에서 10.1%로 급락했다.

◇퇴직자 2명 중 1명 계속 쓴다

반면 고임금·사무직 비중이 높은 산업에서는 재고용제도 운용이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금융 및 보험업의 운용 비율은 21.7%에 그쳤고, 정보통신업도 24.2%로 집계됐다. 교육서비스업은 28.5%,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은 36.9%로 모두 평균(40.6%)을 밑돌았다.

재고용제도를 운용하는 사업체가 퇴직자 중 몇 명을 재고용하는지 조사한 ‘재고용률’(전체 평균 47.8%)도 업종별 차이가 뚜렷했다. 제조업의 평균 재고용률은 58.7%, 운수·창고업은 48.0%에 달해 인력난이 심한 업종일수록 숙련 인력을 적극적으로 붙잡아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금융 및 보험업의 평균 재고용률은 22.2%, 정보통신업은 39.9%에 그쳐 청년 인력 유입이 상대적으로 활발한 산업일수록 재고용 활용도가 낮았다.

이 때문에 획일적인 정년 연장은 ‘좋은 일자리’를 두고 세대 간 갈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수영 고려대 고령사회연구원 특임교수는 “일률적인 정년 연장 제도를 도입할 경우 청년층이 선호하는 대기업과 공공기관 취업이 더욱 어려워진다”며 “기업이 자체 상황에 맞게 재고용, 정년 연장, 정년 폐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정년퇴직자를 계속고용하는 사업주에게 지급하는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의 지원 실적은 뒷걸음질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 사업장은 2022년 3028곳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 2649곳, 2024년 2227곳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2271곳에 그쳤다. 지급액 역시 2022년 226억3000만원에서 2023년 191억원, 2024년 184억6600만원으로 감소했다가 2025년 204억9600만원으로 소폭 반등했다.

현행 제도는 계속고용 제도 시행 전 60세 이상 피보험자 비율이 30% 이하인 기업만 지원하는데, 재고용이 이미 활발한 업종에서는 고령 인력 비중이 30%를 초과한 곳이 많아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기 때문이다. 계속고용을 장려한다는 취지에 맞도록 지원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