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노인 치매 발병률이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고령화로 치매 환자가 폭증할 것이라는 우려도 빗나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고령화로 치매 늘어난다더니…뚝 떨어진 선진국 발병률
17일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에릭 스탈라드 미국 듀크대 교수는 노인성 치매 발병률이 감소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의학협회저널에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40년 전에는 85~89세 미국인 10명 중 3명이 치매를 앓았지만 2024년에는 10명 중 1명만 치매를 겪었다. 같은 연령에 도달하더라도 출생 시기가 늦을수록 치매 위험 수준이 떨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의료센터 연구진이 북미와 유럽 6개국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치매 발병률이 10년마다 13%씩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금까지는 평균수명 증가와 맞물려 세계 치매 환자가 폭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류였다. 네덜란드에서는 2050년 치매 환자 인구가 2020년 대비 두 배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새로 나온 발병률을 적용하면 치매 환자는 1.4배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치매 위험 요소가 꾸준히 연구되고 예방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진 데 따른 결과다. 교육 수준 향상과 금연, 혈압·콜레스테롤 관리, 운동 등 심혈관 건강 개선이 치매 위험 감소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대상포진 예방 주사가 치매 위험을 20% 떨어뜨리는 등 노인 관련 의료 행위도 발병률을 낮추고 있다.

이는 한국에도 시사점을 준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치매역학조사에 따르면 65세 노인 인구의 치매 유병률은 2023년 9.25%였다. 2016년(9.5%) 대비 0.25%포인트 감소했다. 복지부는 노인 세대의 건강 및 치매 사전 예방 관리 수준이 높아진 점이 치매 진행을 늦춰 유병률이 낮아졌다고 짚었다. 하지만 2050년 치매 환자는 현재보다 두 배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과 네덜란드의 최신 연구 결과를 적용하면 미래 치매 인구는 복지부 추산 대비 큰 폭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치매 노인 간병 비용 등 관련 사회적 비용도 현재 우려보다 낮아질 수 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