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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재개발, 누구를 위한 공공성인가 [조선규의 부동산 산책]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성남시 금광2동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도 그런 사례입니다. 이 사업지는 성남시에서 유일하게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곳입니다. 2021년 후보지로 선정된 이후 찬성 주민과 반대 주민 사이의 갈등, 법적 다툼, 동의서 위조 의혹 등이 이어졌습니다. 최근에는 서울행정법원이 도심공공주택복합지구지정 취소소송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26.1.15. 선고 2024구합92296 사건).
원고들은 항소했습니다. 따라서 법적 분쟁이 완전히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1심 판결만 놓고 보면 법원은 국토교통부와 LH공사가 추진한 지구지정 처분의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처음부터 복합지구 후보지에 포함돼 있던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진출입로 확장 과정에서 자신들의 토지가 사업구역에 포함된 주민이었습니다. 일부는 기존 건물을 철거한 뒤 신축을 진행하고 있었고, 일부는 임대수익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이들로서는 어느날 갑자기 자신의 토지와 건물이 공공사업의 대상이 된 셈입니다.
원고들이 문제 삼은 부분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절차적 문제였습니다. 청문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입니다. 다른 하나는 동의서 위조 의혹 등 실체적 하자였습니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제출된 동의서의 진정성에 문제가 있다면 지구지정 처분 자체도 위법하다는 취지입니다.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법원은 공공주택특별법상 지구지정 처분 전에 반드시 청문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봤습니다. 동의서 위조 의혹에 대해서도 제출된 자료만으로 위조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행정처분을 취소하려면 단순한 의혹을 넘어 처분의 위법성을 뒷받침할 정도의 증명이 필요하다는 취지입니다.
핵심은 공익과 사익의 비교형량이었습니다. 법원은 진출입로 확장 등 도시기반시설 개선이 사업 전체의 공익을 위한 합리적 행정계획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일부 주민의 재산권이나 생활상 이익이 침해되는 측면이 있더라도, 그것만으로 행정청의 재량권 일탈·남용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본 것입니다.
정비사업 소송에서 법원이 자주 보는 기준이 있습니다. 절차상 흠이 있었는지, 그 흠이 중대한지, 사업 추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과 반대 주민이 입는 불이익 사이의 균형이 현저히 깨졌는지입니다. 금광2동 사건에서 법원은 이 균형이 사업 취소를 명할 정도로 무너졌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이 판결은 공공이 주도하는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의 추진 동력을 인정해 준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위조 의혹과 관련한 형사 사건이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현 단계에서 지구지정 처분 자체가 곧바로 흔들린 것은 아닙니다. 다만 형사절차 결과에 따라 사업의 도덕성이나 주민 신뢰에는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문제는 법적으로 사업이 유효하다는 판단과 주민들의 고통이 해소됐다는 판단은 전혀 다르다는 점입니다. 행정처분이 적법하다고 해서 반대 주민의 재산권 침해 논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금광2동 갈등의 밑바닥에는 수용 방식에 대한 불신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공공주택특별법 제40조의10에 근거한 사업 구조에서는 사업시행자가 토지 등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반대 주민들은 보상금이 주변 실거래가에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합니다. 자신들이 평생 일군 터전이 공공이라는 이름으로 낮게 평가되고, 그 자리에 새 아파트가 들어선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주민이 극단적인 방식의 항의까지 벌인 배경도 여기에 있습니다. 재개발은 누군가에게는 낡은 주거환경을 바꾸는 기회입니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생계수단이자 생활 기반을 잃는 과정입니다. 특히 임대수익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소유자에게 수용은 단순한 자산 교체가 아니라 현금흐름의 단절이 될 수 있습니다.
공공재개발과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이 지닌 장점은 분명합니다. 사업 기간을 줄이고, 공공이 사업을 관리하며, 주택 공급을 늘리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노후 주거지를 방치하는 것보다 체계적으로 정비하는 것이 도시 전체의 관점에서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원주민 보호 장치가 충분한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원주민에게 우선분양권이 주어진다고 해도 분양가 부담을 감당할 수 없다면 실질적 보호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낮은 보상금을 받고 떠난 뒤, 그 자리에 들어서는 새 아파트를 다시 시세에 가까운 가격으로 사야 한다면 원주민은 사업의 수혜자가 아니라 비용 부담자가 됩니다.
이 지점에서 ‘공공성’이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봐야 합니다. 공공성은 단순히 많은 주택을 빠르게 공급한다는 뜻만은 아닙니다. 다수의 찬성으로 사업을 밀고 나가는 것만으로도 완성되지 않습니다. 공공성이란 사업의 필요성과 함께 그 과정에서 밀려나는 사람들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까지 포함하는 개념이어야 합니다.
금광2동 사업은 멈춰 있지 않습니다. 최근 주민대표회의가 승인됐고, 착공을 향한 절차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정비사업은 기본적으로 다수결의 원리 위에서 움직입니다. 모든 이해관계자를 100% 만족시키는 사업은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낡은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새 주택을 공급받기를 원하는 다수 주민의 요구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습니다.
법원도 이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 절차적 의혹이나 반대 주민의 불이익만으로 이미 진행 중인 공공사업 전체를 중단하기는 어렵다고 본 것입니다. 행정계획은 장래 도시구조와 주거환경을 바꾸는 재량 판단의 영역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다수결이 모든 것을 정당화하지는 않습니다. 다수의 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소수 주민의 재산권 손실을 당연한 희생으로 취급해서는 안 됩니다. 정비사업에서 반대 주민은 사업을 방해하는 존재가 아니라, 사업으로 인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권리자이기도 합니다.
공공사업이 진정한 공공성을 가지려면 절차의 투명성이 먼저 확보돼야 합니다. 동의서 징구 과정, 구역 편입 과정, 보상 산정 과정, 주민 설명 절차가 명확해야 합니다. 주민이 납득하지 못하는 사업은 판결로 적법성이 확인되더라도 갈등이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도입된 도심복합개발법도 이런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법은 토지소유자와 신탁회사 등 민간시행자가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공공 주도 방식 외에 다른 사업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금광2동 사건은 공공재개발의 민낯을 보여줍니다.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는 있습니다. 법원도 일정한 범위 안에서 행정청의 재량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그 공익이 누구에게 이익이 되고 누구에게 손실이 되는지 묻는 작업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재개발 열차는 한 번 출발하면 쉽게 멈추지 않습니다. 그래서 출발하기 전에 더 세밀하게 살펴야 합니다. 동의는 진정한 동의였는지, 보상은 생활 재건이 가능한 수준인지, 소수 주민에게 의견을 낼 실질적 기회가 있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공공성은 속도가 아니라 균형에서 나옵니다. 금광2동 사업이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도 바로 그 균형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조선규 법무법인 조율 대표 변호사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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