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묻힐 뻔"…여고생 살인에 보완수사권 존폐 논란 시끌
◇ '단순 살인'에서 '강간 등 살인'으로…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
지난 5월 5일 광주 광산구에서 귀가하던 17세 이채원 양이 일면식도 없는 23세 장윤기에게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장윤기는 이양을 약 15분간 미행해 차량으로 끌고 가려 했고, 저항하자 흉기로 목을 여러 차례 찔러 살해했다. 이를 목격하고 도우려던 남고생마저 살해하려고 한 정황도 드러났다.
경찰은 이 사건을 '이상동기 범죄'에 따른 단순 살인 혐의로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이 범행 동기에 초점을 맞춰 압수수색·통합심리분석·참고인 조사 등 직접 보완수사를 진행한 결과, 장윤기가 앞서 성폭행한 전 여자친구로부터 신고당한 뒤 그를 찾아 배회했지만 찾지 못하자 대신 여고생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이후 성폭행을 시도하다 실패하자 살해한 정황이 새롭게 확인됐다. 혐의는 일반 살인에서 사형 또는 무기징역만 가능한 '강간 등 살인'으로 변경돼, 광주지검은 장윤기를 성폭력처벌법상 강간 등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경찰 수사에서 압수되지 않은 증거들의 존재를 검찰의 보완수사 단계에서 확인해 성범죄 의도를 밝혀냈다"며 "단순 살인은 징역 5년까지 하한이 있지만 강간목적살인죄는 형량 차이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보완수사가 없었다면 훨씬 가벼운 죄명으로 재판에 넘겨졌을 수 있다는 뜻이다.
더 논란이 된 대목은, 범행 목적 분석에 쓰일 수 있었던 장윤기의 개인 물품이 압수수색 이후 현직 경찰관인 그의 아버지에 의해 폐기됐다는 것이다. 정 장관은 이를 "참담하고 황당한 일"이라고 지적했지만, 증거인멸죄는 가까운 친족이 저지른 경우 처벌을 면제하는 '친족 특례' 규정 때문에 곧바로 제재할 방법이 없다. 결국 아버지가 없앤 증거를 대신해 성범죄 의도를 입증할 단서를 찾아낸 것이 검찰의 보완수사인 셈이다.
◇ "가해자 6명 중 1명만 특정"…김창민 감독 사건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로 재수사가 이뤄져 4개월 만에 2명이 추가로 구속영장 대상이 됐으나, 법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도주 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는 지난 4월 "보완수사 요구가 없었으면 가해자도 제대로 골라내지 못할 만큼 무능한 경찰"이라고 했고 6월말 정점식 원내대표는 "검찰 보완수사권마저 없어지면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경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 정치권서 엇갈리는 시각
두 사건 모두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권 폐지 논의가 이뤄지는 시점에 불거지면서 여야 간 입장차가 한층 선명해졌다.
민주당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검찰개혁의 핵심 원칙으로 내세우며 폐지 입장을 고수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보완수사권은 폐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 왔다"고 말했고, 정청래 전 대표는 정부 발표 직후 "국회에서 불가역적으로 완전 폐지하겠다"며 강경 기조를 재확인했다.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은 직접 보완수사 대신 강제성 없이 사실관계만 확인하는 '보완조사권(가칭)' 신설을 검토 중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폐지가 "국민 권리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스스로 내려놓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김태규 원내수석대변인은 보완수사권을 "수사 공백을 보완하고 국민 권리 보호를 뒷받침하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규정했고, 주진우 의원은 "증거 하나만 모자라도 경찰에 사건을 다시 보내야 해, 검찰이면 하루 만에 될 일이 몇 개월씩 지연된다"고 실무적 우려를 제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구더기가 싫다고 장독까지 없애면 되겠느냐"며 보완수사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어, 여권 내에서도 전면 폐지론과 예외적 존치론 사이에 온도 차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조계에서도 강제수사권 없는 '조사' 형태로는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어려워 기소 근거로 삼기엔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경찰의 별건 수사 등 과도한 권한 행사를 견제해야 한다는 것이 애초 검찰개혁 논의의 출발점이었던 만큼, 경찰의 수사 역량과 자체 보완수사 체계를 강화하면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다만 두 사건은 경찰의 초동 대응이나 송치 판단이 완전하지 않을 때 검찰 보완수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꼽히며,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