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N 성수'가 외국인 성지가 된 이유 [이원희의 데이터로 보는 도시와 공간]
K뷰티, K를 '신뢰의 레이블'로 만들다
이들은 올리브영N 성수를 올리브영 매장 중에서도 가장 '코덕'들을 위한 큐레이션이 잘 되어 있는 곳, 나아가 한국의 가장 핫한 상품들을 접할 수 있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분명 화장품을 사러 들어간 공간인데도, 정작 손에 들린 건 한국산 과자와 K팝 음반, 캐릭터 굿즈다. K뷰티를 보기 위해 들어온 공간에서 K컬처 전체를 소비하는 것이다.
올리브영N 성수의 'K 트렌드(K Trend) 관'에서는 K팝 아티스트를 소개하고 한국의 음식 문화도 전달한다. 또 매듭 만들기 클래스를 여는 등 공간 곳곳에 K콘텐츠가 있다. 올리브영N 성수에서 가장 잘나가는 곳은 바로 '파인트 유어 컬러'(find your color)라고 불리는 퍼스널 컬러 측정 공간이다. 퍼스널 컬러는 한국에서는 몇 해 전부터 열풍이었고, 자신의 퍼스널 컬러에 맞게 화장을 하고 옷을 구매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AI를 이용해 퍼스널 컬러를 측정하고, 뷰티 제품들을 추천해 주는 체험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역시 한국은 뷰티 강국'이라는 인식과 신뢰를 공고히 해준다.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를 고려해 올리브영은 최근 성수에 '올리브영 뷰티맨션 성수'라는 체험형 공간을 새로 오픈했다.
K뷰티를 소비하는 명동, K뷰티를 경험하는 성수
성수처럼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인보다 더 많이 보이고, 실제 외국인 매출이 70%를 넘는 곳이 또 있다. 바로 명동이다. 전통적으로 외국인들이 많고, 서울 리테일 부동산의 상징이자 많은 브랜드가 출점하고 싶어 하던 상권이지만 코로나 때 가장 큰 타격을 입었던 곳이기도 하다. 외국인의 발길이 끊기자 거리 전체는 폐허처럼 휑해졌었다.그러나 2026년 현재, 명동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서울 상권 중 2024년에 비해 가장 빠른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가장 높은 외국인 매출 집중도를 보이고 있다. 어떻게 명동은 다시 살아났을까. 외국인들이 명동에서 시술을 받고, 약국과 올리브영에서 쇼핑하는 원스톱 동선을 자연스럽게 소비하게 되면서다.
명동과 연관한 소셜 데이터를 살펴보면 면세점과의 연관도는 떨어지는 반면, 피부과·시술·뷰티·약국·올리브영과의 연관도는 두드러진다. 명동 상권의 메디컬(피부과, 성형외과 등 클리닉) 매출은 1년 사이에 1.9배 증가했고, 이 지역에서도 매출 1위는 올리브영 명동타운점이다. 외국인들은 명동을 K뷰티를 집약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곳으로 인식한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는 2025년 1900만 명에 육박했고, 올해는 2000만 명을 넘어설 거라는 전망이다. 명동과 성수는 코로나 이전 대비 관광객 수가 각각 19배, 85배가 늘었다. 명동이 한국인의 '관리' 루틴을 따라가며 원스톱 동선으로 K뷰티를 소비하는 출발점이라면, 성수는 브랜드 팝업이나 올리브영N 성수와 같은 특화 매장을 통해 한국의 최신 트렌드를 발견하고 K뷰티를 경험하는 확장판이다.
‘K’의 가치를 만드는 K뷰티
한국의 뷰티 산업이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잡는 과정이 단기간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한국 소비자들의 높은 미(美)의식을 만족시키기 위한 끊임없는 기술의 발전과 노력을 바탕으로 브랜드, 유통, 소비자가 함께 진화해 온 결과이다.미국의 가장 큰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는 'Korea Seoul beauty', 'Korea Beauty Tour' 같은 게시판이 있다. 이곳엔 시술 후 올리브영 제품과 약국 제품을 추천하는 것을 넘어 약국에서 호박즙을 사서 공유하는 모습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는 K뷰티에 대한 신뢰가 화장품을 넘어 한국식 관리 문화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외국인들은 더 이상 관광객용 상품이 아닌 진짜 한국인들이 쓰는 상품과 한국인들이 찾는 공간을 궁금해 한다. 면세점보다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브랜드를 찾고, 한국식 카페에 가고, 한국인들이 받는 관리를 받고, 화장품을 구매한다.
이제 K뷰티는 하나의 현상을 넘어 미적인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고 있다.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의 뷰티 시스템을 신뢰한다. 그들은 한국인들의 '관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기 위해 방문한다. 이제 K뷰티는 화장품을 넘어, ‘K’라는 레이블을 믿고 선택하게 만드는 신뢰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