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졸업생 소득 기준 학자금 대출 개편…대학 구조조정 압박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발효되는 새로운 연방 학자금 대출 규정을 확정했다. 새 제도는 대학이 졸업생들의 소득이 입학 이전보다 개선됐음을 입증해야 연방 학자금 대출 프로그램 참여 자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교육과정은 연방 학자금 대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번 규정의 큰 틀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빅 뷰티풀 법안(Big Beautiful Bill)'에 담겼으며, 이후 정부는 세부 기준과 예외 조항을 마련해왔다. 니컬러스 켄트 미국 교육부 차관은 "졸업생이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을 때보다 경제적으로 더 나은 상황에 이르지 못한다면 납세자의 돈으로 해당 프로그램을 지원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개편이 대학 교육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상식적인 개혁이라고 설명했다.
새 규정에 따르면 학사 과정 졸업생은 졸업 4년 뒤 고등학교 졸업자의 소득보다 높은 소득을 올려야 한다. 석사 과정 졸업생은 학사 학위 보유자의 중위소득을 넘어야 하며, 이 기준을 최근 3년 가운데 2년 이상 충족해야 연방 지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미 교육부는 현재 연방 학자금 대출을 이용하는 약 69만 명의 학생이 재학 중인 3천200여 개 교육과정이 소득 기준을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목회자 양성 과정, 이발사, 마사지 치료사, 미용 관련 교육과정 등이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대학과 교육단체들의 강한 반발과 로비를 반영해 일부 완화 장치도 포함됐다. 팁이 소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직종은 팁 수입을 공식 소득에 반영하도록 했으며, 이를 통해 일부 프로그램은 기준 충족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소득 기준을 첫해 통과하지 못한 대학은 연방 학자금 대출 프로그램에서는 자진 이탈하되 저소득층 학생에게 지급되는 펠그랜트(Pell Grant)는 계속 받을 수 있는 이른바 '패러슈트 옵션'도 도입됐다. 켄트 차관은 이 제도를 통해 약 600개의 종교계 교육과정이 펠그랜트 지원 자격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학 측도 제도 취지에는 일정 부분 공감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미국교육협의회(ACE)의 테드 미첼 회장은 세부 내용에는 이견이 있지만, 대학은 학생들에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임금을 기대할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해야 하며 그렇지 못하면 교육과정을 개선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10월부터 졸업생 소득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하며, 실제 소득 기준에 따른 책임 평가는 2027년부터 적용된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향후 교육성과와 취업 경쟁력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미국의 연방 학자금 대출 제도는 1950년대 후반 도입돼 대학 진학 기회를 확대하는 데 기여했지만, 동시에 등록금 상승을 부추겼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현재 미국의 학생대출 규모는 1조7천억달러에 달한다.
이번 규정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영리 대학의 부실 교육을 막기 위해 도입했던 성과 책임 규정을 확대·발전시킨 성격이다. 당시 제도는 영리 대학을 중심으로 적용됐지만, 새 규정은 비영리 대학까지 평가 대상으로 확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궁극적으로 모든 교육과정이 학생들의 경제적 성과를 높이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켄트 차관은 "학생들이 입학 전보다 재정적으로 더 나은 상황에 이르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라며 "그렇지 못한 교육과정은 다른 재원을 찾거나 프로그램을 개편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