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란도트의 잔혹함 뒤엔 깊은 트라우마"
인터뷰 - '투란도트' 두 여인
공주 역할의 서선영 소프라노
"남성에 대한 공포심 이해해야"
황수미 "시녀 류는 강인한 존재"
공주 역할의 서선영 소프라노
"남성에 대한 공포심 이해해야"
황수미 "시녀 류는 강인한 존재"
푸치니의 마지막 오페라 <투란도트>에는 두 여인이 등장한다. 투란도트 공주는 구혼자들에게 세 가지 수수께끼를 내어 맞히지 못하면 처형하는데 타타르의 망명 왕자 칼라프가 정답을 내놓는다. 류는 칼라프 왕자를 연모하는 시녀다. 투란도트는 헌신적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고, 류는 투란도트가 남성에 대해 갖고 있는 공포를 알지 못한다. 오는 22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개막을 앞두고, 투란도트와 류를 연기하는 소프라노 서선영, 황수미를 서면으로 만났다.
서선영은 투란도트에 대해 “트라우마에 갇힌 인물”이라며 “그런 친구가 있다면 숨이 턱 막힐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선조인 로우링 공주가 이방인에게 유린당한 기억 때문에 투란도트는 남성에게 공포를 느낀다”며 “청혼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잔혹함은 일종의 방어 기제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투란도트는 칼라프를 거부하지만 뜨거운 입맞춤 이후 얼음장처럼 차가운 악인에서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여인으로 바뀌잖아요. 투란도트가 가장 두려워 한 것은 사랑보다 외로움이었던 거 같아요.”
황수미는 하인 류가 죽음에 이를 때까지 칼라프를 마음에 둔 것을 두고 “단순히 숭고한 사랑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존경과 충성심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황수미는 “절대 권력자인 투란도트의 눈에는 류의 지고지순함이 바보처럼 여겨질 수도 있겠다”며 “하지만 류는 희생이 아니라 책임의 상징이라는 시각에서 봐야 하고, 이 점에서 가장 강인한 존재라고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선영과 황수미가 맡은 배역은 평소의 캐스팅에 어울린다는 평가가 많다. 서선영은 무대 위에서 강한 에너지를 내뿜는 소프라노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강한 인물을 맡아왔다. “인물의 극단적 선택을 설득하려면 내면을 잔인할 정도로 깊게 들여다봐야 해요. 저는 제가 맡은 배역이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철저히 분석하고 공감하는 데 집중했죠.” 그는 푸치니의 ‘수녀 안젤리카’에서 안젤리카가 아이의 죽음을 전해 들은 뒤 이어지는 침묵의 장면을 “가장 큰 전율의 순간”으로 꼽았다.
황수미는 우아하고 차분한 여주인공 역할이 많았다. 언젠가 꼭 부르고 싶은 역할로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를 꼽았다. “소프라노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배역이죠. 언젠가 저만의 방식으로 완성한 비올레타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두 음악가는 자신들이 맡은 투란도트와 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황수미는 투란도트를 향해 “아직도 왕관의 무게가 느껴지네요. 하루라도 자신의 온전한 마음에 귀 기울여 보세요”라며 조용한 위로를 건넸다. 서선영은 류에게 “사랑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는 그 독한 용기에, 진심으로 감동받았어요”라며 경의를 표했다.
조동균 기자 chodog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