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정 대전시장 "대전시 부채 급증…과대포장 사업 손볼 것"
허태정 대전시장 당선인(사진)이 심각한 대전시의 재정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과거 과대 포장됐거나 감당하기 어려운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빚이 크게 늘어난 시의 재정 여건을 꼼꼼히 따져 시민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시정을 이끌겠다는 방침이다.

허 당선인은 2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민선 8기를 무조건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무리한 사업은 정직하게 알리고 정리하겠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우선 “지금 대전시 재정이 절대 가볍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시장 취임과 동시에 민선 8기 때 발행한 지방채 규모와 예산 집행 내역을 면밀히 살필 계획이라고 했다. 세금 수입이 줄어드는 나쁜 조건에서도 무리한 사업을 강행해 지방 빚을 크게 늘렸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아서다.

대전시장직 인수위원회 분석에 따르면 대전시 채무는 2022년 말 1조원 수준에서 지난해 말 1조5800억원으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민선 8기에 계획된 사업을 계속 추진할 경우 당장 올해만 5482억원의 예산 부족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부터는 한 해 평균 6955억원의 지출 초과가 예상되는 등 재정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허 당선인은 “정치적인 입장을 따지기보다 오직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각 사업을 계속할지 혹은 중단할지 차분하게 가리겠다”고 말했다.

재정 정상화를 위한 대표적인 정리 대상은 ‘0시 축제’다. 허 당선인은 “100억원씩 들여 한여름 뙤약볕 아래 2주 동안 거리를 막고 축제를 할 만큼 내용이 좋고 경제적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폐지 방침을 명확히 했다. 도시철도 2호선 노면전차(트램) 건설도 들여다보기로 했다. 당초 2028년 하반기로 예정된 개통 시기는 2030년 상반기로 미뤄질 전망이다. 서대전 지하차도 구간 보상 문제와 차량 시험 운전 계획 변경 때문이다. 허 당선인은 차종뿐만 아니라 공사 구간별 문제점과 일정 등을 처음부터 다시 짚어볼 방침이다. 조정 사업에는 지역화폐인 ‘대전사랑 카드’도 포함된다. 극심한 재정 악화로 결제 환급금(캐시백) 지급이 당장 7월부터 중단될 위기다.

허 당선인은 민생 회복을 위한 첫 공약으로 과거 자신이 역점을 두고 추진한 ‘온통대전’의 부활을 약속했다. 새로 시작하는 ‘온통대전 2.0’은 단순히 결제 금액을 돌려주는 방식을 넘어선다. 정책 수당과 교통 및 탄소, 봉사 포인트 등을 하나의 지갑으로 묶어 지역 자금이 도는 순환 경제 플랫폼으로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미래 먹거리 창출과 행정 통합 등 비핵심 과제도 꼼꼼히 챙긴다. 허 당선인은 “27개 정부출연연구기관과 KAIST가 내는 동반 시너지 효과를 최고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대전에는 정부의 국가 인공지능(AI) 연구소까지 들어선다. 허 당선인은 “이를 지렛대 삼아 초대형 정보 처리 장치(GPU) 센터를 유치하고 인공지능 실증 단지를 조성하겠다”며 대전을 국가 인공지능 거점 도시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무산된 대전과 충남 행정 통합도 다시 시동을 건다. 그는 “2030년 통합을 목표로 2년 뒤 총선에서 주민 투표를 통해 뜻을 묻는 방식으로 결의하겠다”며 “임기 시작 즉시 행정 통합을 위한 전담 협의체를 가동하겠다”고 했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