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준 대표 "알파고와 대결은 불공정…AI와 재대결로 '인간 존엄성' 확인하겠다"
기신전 후원하는 홍범준 좋은책신사고 대표
방대한 데이터 학습한 알파고
기풍 파악 어려워 이세돌 敗
충분한 시간 있다면 승산 있어
대국서 신진서의 '통찰지' 기대
방대한 데이터 학습한 알파고
기풍 파악 어려워 이세돌 敗
충분한 시간 있다면 승산 있어
대국서 신진서의 '통찰지' 기대
2016년 3월 9일 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첫 대국을 지켜본 홍범준 좋은책신사고 대표(사진)는 이런 생각에 사로잡혔다. 각 기사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경기당 2시간, 1분 초읽기 3회였다. 양쪽의 조건이 다른데 같은 시간을 쓰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했다. 알파고는 중앙처리장치(CPU) 1202개, 그래픽처리장치(GPU) 176개를 동원해 수십만 건의 인간 기보를 학습했다. 이 9단은 알파고의 ‘기풍’을 전혀 알지 못한 채로 승부에 임했고 4-1로 패했다.
10년이 지난 2026년 7월 17일, AI와 인간의 재대결이 펼쳐진다. ‘쎈수학·한경 기신전’을 후원하는 홍 대표는 3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불공정한 10년 전의 게임을 계기로 인간은 AI를 넘어설 수 없다는 절망감에 사로잡혔다”며 “하지만 대국 조건을 바꾼다면 여전히 우리에게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홍 대표가 생각하는 인간만의 무기는 ‘통찰하는 지혜’다. AI의 의사결정은 논리적이다. ‘놓아보기’를 통해 확률을 계산하고 이에 따라 수를 놓는다. 인간 기사는 다르다. 상대의 기풍과 바둑판 전체의 흐름을 직관적으로 읽어내고, 때로는 통념을 깨는 승부수를 던진다. 이 9단은 2016년 알파고와의 4국에서 이른바 ‘신의 한 수’로 불리는 창의적인 착수(백 78수)로 알파고를 흔들었다. 알파고는 이 대국에서 유일하게 패배했다. 홍 대표는 “AI는 과거와 현재까지는 학습할 수 있지만, 미래를 내다볼 수는 없다”며 “인간이 지닌 통찰력은 과거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만으로는 만들어낼 수 없는 능력”이라고 했다.
통찰지(洞察智)를 발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이번 대국에서 신진서 9단은 총 5시간을, 바둑 AI 카타고는 수당 20초를 쓴다. ‘쎈수학·한경 기신전’이 이번 대국을 통해 마련하려는 것은 AI와 인간의 조건 차이를 반영한 ‘표준적인 룰’이다. 이번 대국에서 인간 대표가 질 확률이 높아지더라도 불계패(不計敗·집을 끝까지 세지 않고 패배를 인정하는 것)를 선언하지 않는다. 홍 대표는 “인간이 포기하지 않고 수를 두다 보면 AI도 ‘덜컥수’를 둘 수 있다”며 “지더라도 끝까지 싸워 격차를 좁힌다면 그 자체로 희망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과정을 통해 인간 대표와 AI 대표의 격차를 측정한다면, AI와 인간의 대결을 위한 표준적인 룰을 설정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왜 다시 바둑일까. 홍 대표는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축구와 골프, 바둑의 공통점으로 ‘단순함’을 꼽았다. 바둑의 기물은 흑돌과 백돌뿐이다. 한 번 그 자리에 두면 움직이지 못한다. 그만큼 룰이 단순하다는 의미다. 홍 대표는 “룰은 단순한데, 똑같은 기보는 나오지 않는다”며 “단순한 룰에도 나오는 무궁무진한 결과물, 그게 바둑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홍 대표는 10년 전 바둑이 정복되는 순간부터 인간은 AI를 넘어설 수 없다는 패배감에 사로잡혔다고 했다. 이번 대회가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가진 인간의 가능성을 증명하고, AI가 더 이상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가장 머리 좋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변호사와 의사마저도 AI가 대체할지 모른다고 말하는 시대에 인간이 느끼는 무력감은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대국을 통해 ‘인간의 반격’을 꿈꿉니다. 치열한 과정을 통해 인류의 존엄성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