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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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가격이 연일 하락하며 한때 9000만원 아래로 주저앉았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위험자산인 비트코인의 투자 매력이 약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근 인공지능(AI) 열풍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스페이스X, 오픈AI, 앤트로픽 등 관련 주식으로 쏠리며 암호화폐 시장의 유동성이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악재 겹치며 비트코인 ‘반토막’

9000만원 뚫린 비트코인…AI 자금 쏠림에 투자 찬바람
30일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 25일 오후 10시30분께 전날보다 3.86% 내린 8939만원에 거래됐다. 비트코인 가격이 장중 9000만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올해 2월 6일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지난해 10월 1억7900만원대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해외 시장에서도 6만달러 선이 무너졌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 25일 한때 5만8121달러까지 떨어졌다. 비트코인 가격이 5만8000달러대까지 밀린 것은 2024년 10월 이후 약 20개월 만이다.

가격 하락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Fed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가 꼽힌다. Fed는 지난 17일 케빈 워시 의장 체제에서 열린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동결했다. 다만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매파적 신호를 내놨다. 점도표상 올해 말 기준금리 중간값도 3월 전망치인 연 3.4%보다 0.4%포인트 높은 연 3.8%로 제시했다. 현 기준금리 상단이 연 3.75%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은 Fed가 기존 금리 인하 기조에서 인상 가능성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해석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Fed가 올해 두 차례 이상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지난 22일 보고서에서 Fed가 올해 9월과 10월, 12월에 각각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도이체방크도 19일 보고서를 통해 Fed가 9월과 12월 각각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BofA는 “6월 FOMC 성명과 케빈 워시 의장의 발언은 Fed의 대응 기조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매파적임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투자자금이 비트코인 대신 AI 관련 주식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도 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스페이스X, 오픈AI, 앤트로픽 등 비상장 AI 기업과 관련 주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암호화폐 시장의 수급 여건이 약화됐다는 설명이다. 가상자산 운용사 해시덱스의 게리 오셰이 글로벌 시장 분석 책임자는 “주요 기업공개(IPO)와 AI 관련 주식이 주목받으면서 가상자산 시장 심리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비트코인 최대 보유 상장사인 스트래티지의 매도 가능성도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스트래티지의 주요 자금 조달 수단인 영구 우선주 STRC는 지난 23일 87.31달러까지 떨어졌다. STRC 가격이 100달러를 넘어야 주식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원활한데, 현재 가격 수준에서는 신규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스트래티지가 투자자들에게 연간 약 12억달러의 배당금을 지급해야 하는 만큼, 재원 마련을 위해 보유 비트코인을 일부 매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강해지는 비트코인 비관론

기관 자금도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암호화폐 데이터 분석업체 소소밸류에 따르면 미국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서는 지난달 약 40억6000만달러의 순유출이 발생했다. 올해 들어 월간 기준 최대 순유출 규모다. 이달 들어서도 현재까지 29억2000만달러가 빠져나가며 자금 이탈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악재가 겹치면서 시장에서는 비트코인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단기뿐 아니라 장기 투자 관점에서도 기대 수익률이 낮아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국 경제매체 마켓워치의 수석 칼럼니스트 마크 헐버트는 최근 암호화폐 적정가치 모델을 근거로 비트코인 가격이 채굴 종료 시점인 2140년께 12만달러 수준에 수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트코인의 적정 가치는 거래 참여자가 빠르게 늘어날수록 높아지지만, 공급 한도인 2100만 개에 가까워질수록 신규 발행 속도가 낮아져 수익률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장기 수익률로 환산하면 연 0.6% 수준에 그친다.

다만 연내 반등 가능성을 열어둔 전망도 있다. 에마 베르뉘오 유로스에이전시 컨설턴트는 미국의 가상자산 법안 제정 움직임 등이 향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며 현재 가격대를 저점 매수 기회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제프 켄드릭 스탠다드차타드(SC) 디지털자산 리서치총괄도 이달 보고서에서 “암호화폐 시장은 사이클상 결정적인 바닥에 도달했다”며 올해 말 비트코인 가격 전망치 10만달러를 유지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