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 수출을 위한 대규모 ‘인공지능(AI) 생산 공장’을 빠르게 구축하겠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9일 AI 데이터센터에 100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한 이유는 데이터센터에서 생산된 지능(데이터) 수출을 새로운 국가 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서다. 반도체 등 AI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한 상품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데이터를 직접 생산해 수출하는 국가가 되겠다는 구상이다.
SK·GS·네이버 데이터센터 7곳 설립…삼성은 구미에 로봇투자

◇“지능 파는 국가 될 것”

SK는 29일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기존 울산뿐 아니라 중부권과 대구·경북권, 호남권, 강원 등에 각각 1GW 규모(전력 용량 기준)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2028년 상반기 착공해 2029년부터 단계적으로 문을 열 전망이다. SK텔레콤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내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울산 AI 데이터센터를 건설 중이다. 최근에는 엔비디아와 공동으로 차세대 AI 데이터센터인 ‘AI 팩토리’ 구축 계획도 발표했다.

SK는 이 부지에 추가로 투자해 2035년까지 총규모를 15GW로 늘릴 예정이다. 총투자액은 1000조원이 넘는다. 최 회장은 “AI 데이터센터는 로봇과 피지컬 AI를 움직이는 심장 역할을 할 것”이라며 “AI 부품과 장비, 소프트웨어 전후방 산업을 새롭게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GS그룹도 30조원을 투자해 2.4GW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강원 지역에 짓는다. 강원 동해 북평제2산업단지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네이버는 세종 등에 1GW 규모 데이터센터를 짓는다. 세 기업이 세우기로 한 데이터센터는 일곱 곳으로 전력 규모만 18.4GW다. 삼성SDS가 전남 해남 지역에 구축할 예정인 데이터센터를 합치면 20GW를 넘어설 전망이다. 정부는 이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한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AI 인프라 허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설치 용량 기준으로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권에 오를 수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정부는 클러스터 생태계 구축과 초대형 테스트랩 조성, 인력 양성, 세액공제, 국민성장펀드 연계 등을 통해 AI 데이터센터산업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피지컬 AI도 세계 1위로

민관은 피지컬 AI 육성에도 적극 나설 전망이다. 우선 삼성그룹은 경북 구미에 피지컬 AI 및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 라인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은 삼성SDS가 짓는 AI 데이터센터와 연계해 소프트웨어 자립에도 나설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자회사인 레인보우로보틱스와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삼성이 휴머노이드 양산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구미와 전북 새만금을 한국의 양대 로봇 클러스터로 키울 예정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새만금에 휴머노이드 생산 공장을 짓는다. 이 과정에서 로봇 훈련 데이터를 모으는 데이터센터도 들어설 전망이다.

정부는 피지컬 AI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정하고 두 지역에 부품 클러스터 조성 등 각종 지원을 한다. 나아가 로봇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AI 모델 개발 역시 국가 주도로 추진한다. 국가 차원에서 제조 데이터 관리·활용 체계를 갖추고, 제조업에 특화한 AI 모델을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중국처럼 부처에 흩어진 제조 데이터를 정부가 모으고 해외 유출이나 기업 간 이전 과정에서 데이터 자산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관리할 예정이다.

데이터 기반이 갖춰지면 그다음 단계로 실제 세상을 이해하고 행동을 예측하는 ‘월드모델’ 기반의 범용 피지컬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3년 안에 구축할 계획이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한국은 강력한 제조 기반의 산업 인프라와 세계적 수준의 AI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정부가 피지컬 AI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해 세계 1위로 이끌겠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