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하늘에서 땅의 안부를 묻다
이승돈 농촌진흥청장
농촌 현장에서는 요즘 “쉽지 않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기후는 거칠어지고, 일손은 줄고, 병해충과 비용 부담은 커지고 있다. 이런 현실 앞에 우주를 향한 시선에 선뜻 공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우주를 바라보는 이유는 지상을 외면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땅을 더 정확히 이해하고, 농업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서다.
우리나라 첫 농림위성인 차세대중형위성 4호가 7월 초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발사장에서 우주로 향한다. 농작물의 생육과 농경지 변화, 산림자원을 관측해 들녘의 작은 변화까지 읽어내고, 그 정보를 다시 농업인의 손에 전한다. 이제 우리는 사람의 경험에 더해 우주에서 확보한 정보를 바탕으로 농업을 더욱 정밀하게 살필 수 있는 시대를 맞게 된다.
물론 위성이 농업인의 손을 대신할 수는 없다. 씨앗을 고르고, 흙을 만지고, 작물의 표정을 살피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다만 그 손끝에 새로운 길잡이가 더해진다. 위성영상과 인공지능, 기상과 토양 데이터가 연결되면 경험과 과학이 서로를 보완하고, 농업인의 판단은 더욱 빠르고 정확해질 것이다.
어린 시절, 비가 오면 밭으로 달려가고 바람이 불면 하늘을 바라보곤 했다. 하늘의 작은 변화 하나에도 보리와 감자의 한 해 농사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눈은 하늘을 향했지만 마음은 늘 땅에 머물러 있었다. 이제는 하늘에서 우리 농업의 안부를 묻는 시대가 됐다. 더 멀리 바라보는 이유는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땅을 더 가까이 지키기 위해서다.
농업은 가장 오래된 생존의 언어이자 가장 앞선 미래 산업이다. 언젠가 달과 화성에서 작물을 키우는 시대가 오더라도 우주농업의 첫 목적지는 언제나 지구여야 한다. 우주를 향한 기술은 오늘의 농업을 지키고, 내일의 식량안보를 준비하는 가장 현실적인 기술이기 때문이다.
이번 글로 두 달간의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다. 꿀벌의 작은 날갯짓에서 시작해 텃밭과 청년농업인, 인공지능과 세계로 뻗는 농업기술까지, 모든 이야기는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졌다. 농업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아홉 편의 글을 쓰며 하나의 답에 닿았다. 농업은 가장 오래된 산업이면서도 가장 미래를 향한 산업이다. 더 멀리 바라볼수록 우리는 더 가까이 농업인을 생각하게 되고, 더 높은 기술을 꿈꿀수록 더 따뜻한 농촌을 향하게 된다. 미래는 언제나 사람을 향한 기술에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