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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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6월 29일 오전 9시25분 한국경제신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프리미엄9'에 게재됐습니다.
지난 100년간 미국 증시에서 개인투자자가 올린 수익의 20% 이상은 애플, 엔디비아 등 빅테크를 통해 창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 상승 평가이익은 물론 배당 수익까지 합한 결과다. 특히 최근 10년간은 테슬라와 스페이스X로 기술주 쏠림이 심화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6일 헨드릭 베셈바인더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재무학 교수의 최신 연구를 인용해 “1926년 이후 미국 증시에서 투자자가 얻은 부의 거의 전부는 극히 일부 상장기업이 창출해냈다”고 전했다.

◇96%는 국채 수익률도 못 넘겨

美 상장사 96% 투자 수익률, 국채보다 낮았다
베셈바인더 교수는 1926년 이후 상장기업 데이터를 바탕으로 투자자가 증시에서 얼마나 많은 부를 올렸는지 분석해왔다. 그는 첫 연구를 발표한 뒤 매년 과거 100년 치 데이터를 반영해 결과를 새로 집계했다.

연구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 중 96% 이상은 연평균 수익률이 장기적으로 1개월 만기 미국 국채 평균 수익률인 연 3.3%조차 넘어서지 못했다. 손실 위험이 거의 없는 단기 국채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록한 기업이 대부분이었다는 의미다.

반면 소수의 초대형 기업이 시장 전체 수익을 사실상 떠받치며 지난 100년간 투자자 부의 대부분을 창출했다. 특히 지난 9년간 순위 변화가 극심했다. 2017년 연구에서는 1926~2016년 기준 부 창출 순위가 엑슨모빌,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제너럴일렉트릭(GE), IBM, 알트리아그룹(말보로 담배 제조사), 존슨앤드존슨, 제너럴모터스(GM), 월마트 등으로 전통산업 기업이 다수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상위권 대부분이 기술기업으로 재편됐다. 애플 엔비디아 MS 알파벳 아마존 브로드컴 엑슨모빌 메타 테슬라 월마트 순이었다.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이 주식시장에서 창출한 부는 100년을 통틀어 24.2%를 차지했다. 전통 기업 가운데 상위 10위 안에 남은 기업은 엑슨모빌과 월마트 두 곳뿐이었다.

◇테슬라·스페이스X 치고 올라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기업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9년 전 연구에서 테슬라는 상위 부 창출 기업 명단에 없었다. 현재는 지난 100년 전체를 통틀어 9위에 올라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스페이스X다. NYT 요청으로 베셈바인더 교수가 이달 16일 스페이스X 상장 직후 데이터를 다시 계산한 결과 스페이스X는 역대 상위 수익 30개 기업 안에 진입했다. 이후 주가가 하락해 현재는 명단에서 빠졌지만 상장 직후 잠시나마 그 반열에 올랐다는 사실 자체가 이례적이었다. 베셈바인더 교수는 “최근 몇 년 동안 시가총액이 큰 기업의 수익률이 매우 높았고, 상장 직후 스페이스X는 그 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애플·엔비디아 10% 차지

애플은 1980년 상장 이후 혼자서 지난 100년 동안 미국 증시 전체 투자자 부의 5.5%를 창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1999년 상장한 엔비디아도 전체 부의 5.0%를 만들어 애플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기여도를 기록했다.

상위 10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늘었다. 이번 연구에서는 상위 10개 기업이 지난 100년간 전체 투자자 부의 29%를 창출한 반면 2017년 연구에서는 그 비중이 17.1%에 그쳤다. NYT는 이러한 변화의 배경으로 인공지능(AI)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술주의 폭발적인 성장을 꼽았다.

다만 이 같은 부의 집중이 투자자에게 새로운 위험을 안겨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술기업 영향력이 커질수록 시장 전체에 투자하더라도 실제로는 AI와 반도체 관련 종목 의존도가 높아져 진정한 의미의 분산 투자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스페이스X처럼 시총이 2조달러를 넘는 초대형 기업에 거액을 집중 투자하는 것은 높은 수익 가능성과 함께 상당한 위험을 수반한다고 NYT는 지적했다. 2017년 조사에서 역대 수익 10위 안에 든 GE와 GM, 알트리아그룹이 이번 조사에서 2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에서 보듯 산업 트렌드가 변하면 기대한 만큼 수익을 올리기 어려워서다.

NYT는 “어떤 기업이 미래의 승자가 될지를 미리 맞히기는 매우 어렵다”며 “개별 종목 투자보다 지수 펀드를 활용한 분산 투자가 나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손주형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