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건보 토론회 돌연 취소…복지부, 비판 여론에 '속도조절'
보건복지부가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논의하기 위해 추진했던 대국민 토론회를 전격 취소했다. 의료계와 환자단체를 중심으로 건강보험 재정 악화와 정책 우선순위를 둘러싼 비판이 거세지자 정부가 사실상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복지부는 29일 "탈모 급여 확대를 주제로 추진하던 대국민 토론회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토론회를 앞두고 탈모 건강보험 적용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이 충분히 제기된 만큼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토론회는 중단하지만 청년을 비롯한 국민 건강 문제 해결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정책 발굴은 지속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행정안전부와 복지부는 국민이 정책 수립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국민숙의토론회'의 첫 의제로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을 선정하고, 다음 달 4일 서울에서 오프라인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온라인 국민참여 플랫폼 '소통24'를 통한 의견 수렴도 함께 진행할 계획이었다.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말 복지부 업무보고에서 검토를 지시한 과제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도 지난 11일 정부 출범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하반기 중점 추진 과제로 탈모 치료 보장성 확대를 언급하며 논의에 속도를 내왔다.

그러나 정책이 알려진 뒤 의료계와 환자단체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커졌다. 건강보험 재정이 한정된 상황에서 탈모 치료보다 중증·희귀질환 보장성 확대가 우선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건강보험은 예기치 못한 질병과 고액 의료비 부담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이라며 "탈모 급여 확대는 의학적 필수성과 급여 우선순위를 흔드는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대한의사협회도 "필수의료 현장은 의료진 부족과 경영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충분한 우선순위 검토와 재정 영향 평가 없이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을 추진하는 것은 건강보험 재정 운영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가 토론회 개최를 전면 취소하면서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 논의도 당분간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사회적 공감대와 재정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향후 정책 추진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소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