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PT 후 뇌출혈 사망…법원은 '개인 지병'에 더 주목
행정법원, 업무상 재해 인정 안해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호성호)는 A씨(망인)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 4월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2023년 사업 수주를 위해 임원진 앞에서 PT 시연을 마친 다음날 비외상성 뇌실질내 출혈로 사망했다.
A씨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이 유족급여 등 지급을 거부하자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A씨 측은 “(A씨가) PT 준비 및 시연 과정에서 긴장, 스트레스 등 급성 과로로 인해 상병(뇌출혈)이 발병했다”며 업무상 재해를 주장했다. A씨가 PT 몇달 전부터 대기근무·임금 삭감 등 문제로 심리적 압박감과 정신적 긴장이 상당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법원은 PT와 A씨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했다. A씨가 사망하기 전 일주일 간 업무시간은 40시간 3분으로 조사됐다. 발병 2주 전부터 12주 전까지 평균 주당 업무시간은 39시간 37분이었다. 재판부는 이를 감안할 때 A씨의 업무부담이 단기간 증가했다거나, 그가 만성적으로 과중한 업무를 수행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한 “A씨가 PT 준비 및 시연을 하면서 상당한 기간 심리적 압박과 긴장, 스트레스가 있었을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망인의 평소 업무내용, 근무 시간·환경 등에 비춰볼 때 정신적 긴장도가 통상적 수준을 넘었다고 평가할 만한 근거는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A씨는 입사 후 몇년 간 입찰 준비와 PT 발표 등 업무를 수행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A씨가 10년간 당뇨병 진료 등을 받아온 사실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A씨의 건강검진결과 내역상 고혈압과 당뇨, 흡연력이 확인되는데 이는 뇌출혈 발생 위험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며 "이 사건은 업무상 스트레스 부담보다 장기간의 당뇨, 고혈압, 흡연 등 망인의 개인적 소인으로 인해 발병한 것이라고 평가함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