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그제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4만 명에 육박하는 조합원 중 86.65%가 찬성표를 던져 가결됐다. 어제는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조정 절차가 진행됐지만, 조정이 성립되지 않아 노조가 합법적인 파업권을 갖게 됐다. 중노위는 노사 간 현격한 입장 차이를 이유로 조정안 제시 없이 조정을 종료했다. 2년 연속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지난 12일 결렬을 선언한 올해 임단협에서 노조는 기본급과 상여금 인상 외에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인공지능(AI) 관련 고용·노동조건 보장, 국민연금 수급 시기와 연동한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어느 것 하나 회사 측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조건들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달라는 건 과도한 요구가 아닐 수 없다. 현대차의 지난해 순이익은 10조원 규모로 노조 주장대로라면 3조원이 넘는다.

앞서 반도체 슈퍼호황에 올라탄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 위협으로 영업이익의 10.5%를 성과급으로 얻어낸 이후 주주권 침해 논란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이번 현대차나 영업이익의 13~14%를 달라며 파업에 들어간 카카오 계열사들처럼 ‘n% 성과급’ 요구가 다른 기업으로 빠르게 번지며 곳곳에서 노사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대기업 노조의 무리한 요구 탓에 협력업체 직원들의 박탈감이 커지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정부가 이익 기반 성과급에 대해 이사회 의결이나 주주총회 승인 의무화를 추진한다고 하니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미국의 ‘트럼프 관세’에도 지난해 실적이 선방한 것은 사실이지만, 현대차를 둘러싼 경영 환경은 절대 만만치가 않다. 우선 비야디(BYD) 등 전기차를 앞세운 중국 기업들의 약진이 무서울 정도다. 현대차가 이들과 경쟁해 살아남으려면 연구개발(R&D)을 통해 기술력을 높이고 국내외 생산거점을 업그레이드하는 게 필수적이다. 모두 막대한 투자비가 필요한 일들이다. 높은 연봉에 고용 안정성까지 상대적으로 많은 것을 가진 현대차 근로자들이다. 미래를 위한 재원까지 나눠 갖겠다는 요구를 하는 것은 무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