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5년 차를 맞은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시장이 엄격한 규제 탓에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보도다. 고위험·고수익 투자로 기술 혁신과 성장을 돕는 모험자본의 선순환이 막히면 경제 역동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3곳의 CVC가 조성한 85개 펀드 약정액은 2조3903억원이다. 이는 공정위가 관련 통계를 처음 집계한 2022년 말(2조3900억원)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전체 CVC의 연간 신규 투자액은 2022년(2118억원)과 비교해 지난해(1939억원) 더 감소했다.

정부는 2021년 대기업의 자금과 역량을 벤처·스타트업 투자에 활용하기 위해 일반 지주회사가 100% 자회사 형태로 CVC를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경제력 집중 우려를 감안해 부채비율을 자기자본의 200%로 제한하는 등 일반 VC와 달리 엄격한 규제를 적용했다. 외부 출자 비중을 40%로 제한하고, 해외 투자도 약정액의 20%로 상한선을 두며 펀딩과 투자에 족쇄를 채웠다. 업계에선 외부 출자 40% 제한을 가장 큰 걸림돌로 꼽는다. 일반 VC에 비해 펀드 규모를 키우기 어렵고, 공동 운용(Co-GP) 형태로 펀드를 조성하는 데에도 제약이 커서다.

산업 전환의 변곡점에서 한발 앞선 투자로 혁신을 지원하는 게 모험자본의 역할이다. 기업 주도 기술 혁신을 성장의 주요 축으로 삼겠다는 이재명 정부 구상도 충분한 모험자본 없인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본격적인 스케일업이 필요한 3~5년 차 스타트업들이 자금난에 발목 잡혀 성장 기회를 잃고 있는 현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

공정위는 지난해 CVC 외부 출자 한도를 50%로 확대하고 해외 투자 비중도 30%로 늘리는 규제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 때부터 추진해온 과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관련 법 개정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더 이상의 희망고문은 없어야 한다. 이젠 말이 아니라 실행으로 답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