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가 50일 남짓 앞으로 다가오면서 당권 후보들이 검찰개혁안을 두고 ‘프레임 선점’에 나섰다. 연일 보완수사권 폐지를 외쳐온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의 기조에 김민석 국무총리까지 “정부 최종 입장은 폐지”라고 가세했다. 국민의힘은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가 민주당 당권 경쟁의 소모품이 되며 사법 체계가 위기에 처했다고 비판했다.

◇金도 “보완수사권 폐지”

김민석 국무총리·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
김 총리는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검찰개혁 관련 브리핑에서 “저는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원칙을 일관되게 밝혀왔다”며 “보완수사권 폐지를 정부 기본 입장으로 최종 정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완수사권 존폐 관련) 별도 입법안을 제시하기보다 이런 입장을 당에 전달하고 국회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보완수사권은 경찰 수사가 미흡할 경우 검사가 직접 보충 수사에 나설 수 있는 권한이다.

당초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은 복수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설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안,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안 등이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추진단 자문위원회는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는 어렵다는 입장을 냈다.

지난 9일 자문위는 “공소시효가 짧은 선거법 위반 사건, 제한된 기간에서 집중 수사가 요구되는 구속 사건, 스토킹 범죄 등에선 실체적 진실 발견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검찰 수사권 전면 박탈에 매몰된 나머지 부작용에 대한 검토 없이 형사사법제도 근간을 재편하면 안 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앞서 “국회로 넘겨 논의하겠다”면서도 “권한 배제는 맞지만 국민이 피해를 봐선 안 된다”고 발언했다.

차기 당권 주자들이 사실상 폐지로 결론 내면서 당내에선 반론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용민 의원 등 검찰개혁 강경파들은 전면 폐지론으로 강성 당원의 호응을 얻고 있다. 정 전 대표는 이날 SNS에 “폐지가 정부안으로 왔으면 좋았을 것인데 국회로 떠넘겼다”며 “지금 당장, 제헌절 전에 끝내자”라는 목표까지 제시했다.

◇野 “사건 뺑뺑이 될 것”

정치권에선 친명(친이재명)계 지지를 업은 김 총리와 친청(친정청래)계 독자 세력을 구축한 정 전 대표가 전대 경쟁을 벌이면서 법안 숙의 과정이 대폭 단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여당 관계자는 “정 전 대표의 ‘1인 1표제’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가 같아졌다”며 “이젠 당원들 관심 주제를 누가 장악하는지가 전대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이번 전대엔 대의원·권리당원 표가 70%, 국민여론조사가 30% 반영된다.

정 전 대표 입장에서도 검찰개혁은 ‘당심’을 돌려놓을 카드라는 평가다. 정 전 대표는 작년 전대에서도 검찰개혁과 관련해 ‘투사형 리더’ 이미지를 내세워 박찬대 후보를 꺾은 이력이 있다. 이날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22~23일 18세 이상 유권자 1035명을 대상으로 조사(무선 ARS 자동응답)한 결과 민주당 지지층에선 김 총리가 46.1%로 정 전 대표(26.5%)와 송영길 의원(18.8%)을 앞섰다. 반대로 유권자 전체에선 정 전 대표(30%)가 김 총리(25.5%), 송 의원(14.2%)을 앞섰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야권과 여당 일부 의원은 공개 비판에 나섰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제 ‘응급실 뺑뺑이’처럼 ‘사건 뺑뺑이’가 다반사가 될 것”이라며 “당권 경쟁에 대한민국 치안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여당에선 노종면 의원이 “논의를 건너뛴 개혁이 합당한가”라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