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요람' 잘츠부르크, 수천번 몸짓으로 다시 태어나다
6월마다 파격적 현대무용 축제 '조머체네'
사샤 발츠·마르쿠 다실바 페헤이라 등
세계적인 무용수·안무가들 작품 공연
관객들 주머니 사정 맞춰 입장료 지불
무대뿐만 아니라 도시 곳곳 퍼포먼스
사샤 발츠·마르쿠 다실바 페헤이라 등
세계적인 무용수·안무가들 작품 공연
관객들 주머니 사정 맞춰 입장료 지불
무대뿐만 아니라 도시 곳곳 퍼포먼스
한여름의 잘츠부르크는 전 세계 클래식 애호가의 거대한 메카다. 카라얀의 영광이 서린 고풍스러운 무대, 오페라와 오케스트라 그리고 화려한 이브닝 드레스가 구시가지를 가득 채우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 이 도시의 상징이다. 7~8월, 고전의 미학이 이 도시를 감싸기 약 한 달 전부터 잘츠부르크는 전혀 다른 주파수로 진동한다. 우아한 석조 건물 사이로 거칠고 생생한 현대의 호흡을 불어넣는 또 하나의 축제, 조머체네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 축제는 1969년 시작됐다. 올해는 지난 6월 8일부터 23일까지 보름간 펼쳐졌다. 꼭 축제 기간이 아니더라도 체네(SZENE)극장에선 연평균 250일, 100~130편 넘는 퍼포먼스가 열린다. 이번 축제 기간엔 오스트리아 초연 다섯 편과 세계 초연 두 편을 포함해 총 14편의 엄선된 작품이 유럽 전역의 관객을 맞았다. ‘클래식 축제의 도시’인 잘츠부르크의 이미지를 벗어나 이 시대 가장 뜨거운 실험적 무용의 세계가 도시 전역에서 열렸다.
올해 조머체네의 라인업은 현대무용계의 역사를 관통하는 거장의 마스터피스부터 무서운 기세로 떠오르는 신예들의 데뷔작까지 촘촘하게 연결됐다. 안무와 퍼포먼스가 단순한 유희를 넘어 어떻게 시대의 거울이 될 수 있는지 증명하는 무대였다. 지역 예술가를 넘어 전 세계 안무가와 무용수를 품는 조머체네의 주요 작품을 소개한다.
사샤 발츠의 <Travelogue I Twenty to eight>
축제의 포문을 연 것은 현대무용의 살아 있는 신화, 사샤 발츠의 기념비적 초기작이다. 1993년 초연 이후 30년이 넘은 이 작품은 여전히 날카로운 시의성을 자랑한다. 무대의 중심은 부조리한 일상의 격전지가 되는 ‘주방’. 냉장고, 식탁, 문과 같은 평범한 오브제가 무용수의 파트너가 됐다. 신경증적인 현대인의 관계와 고독, 기괴한 갈등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냈다. 그는 이 작품을 매번 새로운 캐스팅으로 발전시키는 ‘살아 있는 아카이브’라고 불렀다.마르쿠 다실바 페헤이라의 <F*cking Future>
유럽 현대무용계에서 가장 뜨겁고 역동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는 포르투갈 출신의 안무가 마르쿠 다실바 페헤이라는 2024년에 이어 이번에도 신작 초연을 조머체네에서 선보였다. 독학으로 춤을 시작한 그는 “길거리의 날것 그대로의 세포를 무대 위로 가져와 정교하게 다듬는 과정”이라고 작업을 정의한다. 대학에서 물리치료를 전공한 이력은 춤을 더 본능적이고 정교하게 만든다. 이번 작품은 군대식의 엄격한 규율과 클러버들의 자유로운 에너지를 충돌시키며 집단적 신체가 가진 위협을 감각적으로 다뤘다. 2회차가 모두 매진된 화제의 공연.호자나 히베이루의 <Break the Dam>
데바 슈베르트의 <잃어버린 소리들>
조머체네의 매력은 극장 안에 머물지 않고 공공 공간을 모두 전위적 실험실로 쓴다는 데 있다. 바로크 양식의 유서 깊은 성당 공간 콜레기엔키르헤의 라우셴 극장에선 전자음악과 함께 리듬체조용 리본을 흔드는 퍼포먼스가 열렸다. 코르넬리아 뵈니슈와 카타리나 슈로트는 자연과 내면에 새겨진 유기적 패턴을 소음 속에서 찾아내는 신비로운 경험을 선보였다. 잘츠부르크 시청 앞 광장엔 디미트리 드 페로의 사운드 설치 작품 ‘SCHAUFENSTER #1’이 축제를 함께했다. 잔디밭이 설치돼 관객은 땅에 눕거나 거닐며 주변 환경과 음향이 나누는 대화에 자연스럽게 동참했다.
조머체네의 티켓 가격 정책은 다른 페스티벌과 결을 달리한다. ‘당신이 낼 수 있는 만큼 지불하세요(Pay what you can)’라는 티켓 정책으로 자신의 재정 상황에 따라 10유로에서 40유로까지 입장권 가격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공연 시작 30분 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웜업 대화’, 공연이 끝난 뒤 펼쳐지는 파티 공간과 댄스 무대는 또 다른 라이브 축제가 됐다.
잘츠부르크=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