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과 떠나는 제주 바닷길, 2만 원 지원금 혜택
검붉은 암석과 하얀 등대가 맞이하는 생태의 요새, 비양도 탐방
최근 항공권 가격 상승과 좌석 감소로 제주 여행의 문턱이 높아졌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하지만 시선을 조금만 돌리면 화산섬 제주의 원형을 가장 완벽하게 마주할 수 있는 대안이 열린다. 바로 바다 위를 가르는 ‘뱃길 여행’이다. 현재 제주 기점 뱃길 노선은 목포, 완도, 진도, 사천 등 전국 각지에서 다양하게 운항 중이다.
씨월드고속훼리, 퀸메리호. 목포에서 제주까지 약 5시간
그중 유서 깊은 항구 도시 목포에서 출발하는 여정은 약 5시간이 소요된다. 지루할 것 같다는 염려는 푸른 바다의 낭만과 움직이는 작은 도시 같은 대형 크루즈선(퀸메리호)을 탐험하는 재미 속에 말끔히 사라진다. 호텔 객실을 연상케 하는 스위트룸 창밖으로 평화로운 바다 풍경이 쉴 새 없이 지나가고, 선내에는 카페, 베이커리, 편의점은 물론 반려견 동반 승객을 위한 ‘펫 가든’과 전용 객실까지 세심하게 갖춰져 있다.
퀸메리호 내부 모습, 반려견 동반 여행객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양한 객실 형태 중 반려견 전용 객실, 펫가든 시설
특히 올해는 내륙발 왕복 여객선을 이용하는 반려동물 동반 개별관광객에게 1건당 2만 원의 지원금을 지급하며, 자전거(1대당 1만 원)나 오토바이(1대당 3만 원) 선적 시에도 지원 혜택을 제공해 아웃도어 여행자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여기에 비행기에 비해 수하물 무게 제한이 관대하고 내 차를 그대로 선적할 수 있다는 점도 뱃길 여행만의 큰 매력이다.
한림항에서 비양도를 향해, 15분의 뱃길 여정
제주 서쪽의 막내 화산섬 ‘비양도’를 걷다
여유를 찾아 제주를 찾았지만, 유명한 명소는 이미 관광객으로 꽉차 도심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제주만의 자유로움을 만끽하려 서쪽으로 향했다. 이곳 한림항에서 비양도는 배로 약 15분, 현장에서 왕복 승선권을 구매한다. 3시간 정도 여유를 두면 비양도에서 식사도 하고, 느긋이 섬 한 바퀴를 둘러보는 데 맞춤하다.
비양도 해안길을 달리는 여행객
비양도는 제주에서 가장 막내 격인 화산섬이다. 면적 0.5㎢의 아담한 크기지만 발길 딛는 곳마다 독특한 생태계가 펼쳐진다. 섬을 둘러싼 해안길을 걷다 보면 유독 붉은빛을 띤 화산암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마그마의 철 성분이 산소와 만나 격렬하게 산화된 흔적으로 굴뚝 모양으로 굳어진 희귀한 바위 ‘호니토(애기업은돌)’와 파도에 깎여 코끼리를 꼭 빼닮은 ‘코끼리바위’는 명물이다.
우측에 '애기업은돌'로 불리는 화산암, 호니토
2인승 자전거를 타고 섬을 여행하는 연인, 삼삼오오 친구들과 짝을 이룬 무리와 섞여 비양도를 한바퀴 탐방한다. 한 시간의 여유를 두고는 섬 중앙의 ‘비양봉’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머리 위를 가려주는 울창한 대나무 숲길이 천연 그늘막이 되어 시원한 바람을 선물한다. 본섬 옹포마을의 포구에서 본 둥근 섬 꼭대기의 등대가 바로 비양도의 하얀 등대다.
비양봉 꼭대기에 자리한 하얀 등대
비양봉에 바라본 일대 전경
1955년 처음 불을 밝힌 유서 깊은 무인 등대는 제주 북서행 선박들의 안전을 지켜온 바다의 파수꾼이다. 등대 전망대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니 비양도 섬 전체는 물론, 수평선 너머로 제주 본섬의 웅장한 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비로소 제주의 깊은 품에 파고든 듯한 벅찬 감동이 밀려오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