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소공로 가변차로
반대편 차로나 갓길을 탄력적으로 주행 차로로 활용하는 가변차로의 시작은 거의 100년 전인 192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캐나다 교통학회(TAC)에 따르면 당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8번가에 세계 최초의 가변차로가 도입됐다. 급속한 자동차 보급으로 교통 체증이 심각해지자 새로운 도로 건설 없이 차량 정체를 해결할 방안으로 가변차로제가 제시됐다.

그때는 전자제어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에 인부가 출퇴근 시간에 맞춰 이동식 표지판과 교통콘을 가져와 도로에 설치하는 방식으로 차로 방향을 바꿨다고 한다. 가변차로제가 8번가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되자 1937년에는 LA 중심 간선도로인 윌셔대로에도 이를 도입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국내에서는 1981년 8월 서울 중구 소공로에 설치된 가변차로가 최초로 알려져 있다. 소공로는 서울시청과 한국은행을 잇는 도로다. 근처에 명동과 남대문시장이 있어 1970년대 후반부터 교통량이 급증했다. 그러자 왕복 4차로 폭을 좁혀 5차로 만든 뒤 중앙을 가변차로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한때 서울에는 퇴계로와 성산로 등 19개 구간에 가변차로가 지정됐다. 1990년 이후 부산 등에도 가변차로가 도입됐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가변차로의 효율성과 안전성이 도마에 오르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서울 가변차로가 하나둘 사라지더니 어느새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도심 교통의 초점을 자동차가 아니라 사람에게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많은 데다 일부 구간 가변차로만으로는 도심 전체 교통 체증을 해소하기 어렵고, 가변차로에서 충돌 사고도 계속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시가 마지막 남은 소공로 가변차로(조선호텔~한국은행·250m)도 없애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27일 오후 10시부터 28일 오전 6시까지 소공로를 통제하고 가변 신호기를 철거한다. 44년10개월 만에 서울 가변차로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그 대신 왕복 4차로로 조정해 차로 폭을 넓히고 보행자를 위해 인도 폭도 확장한다.

사라지는 가변차로에서도 시대 변화를 체감하게 된다. 보행자 친화적이면서 만성 정체도 없는, 새로운 소공로를 기대해본다.

김수언 수석논설위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