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톡톡] 리더의 프레임
최인철 교수의 저서 <프레임>은 우리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고 믿는 착각에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현실을 직접 보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경험과 가치관으로 형성된 ‘안경’을 통해 해석한다. 같은 현상을 두고도 사람마다 전혀 다른 결론에 도달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문제는 대부분이 자기가 안경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산다는 것이다. 특히 조직에서 사람을 평가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리더일수록 더욱 그렇다.

리더가 가장 흔히 빠지는 프레임 중 하나는 ‘나라면 이렇게 했을 텐데’라는 기준이다. ‘이 정도는 당연히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나라면 이렇게 해결했을 텐데’라는 생각은 너무 자연스러워서 편견으로조차 인식되지 않는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상대를 이해하려는 시선은 사라지고 자기 경험이 판단 기준이 된다.

우리는 종종 타인의 행동을 성격 문제로 해석한다.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지 않는 구성원을 보면 소극적이라고 판단하고,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는 동료를 보면 도전정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의 행동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하게 ‘상황’의 영향을 받는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리더십에 대한 중요한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만약 상황이 사람의 행동을 만든다면, 조직에서 가장 강력한 상황을 만드는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리더다. 리더는 단순히 업무를 지시하고 성과를 관리하는 존재가 아니다. 구성원이 의견을 내도 되는 분위기인지,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는지, 새로운 시도를 해도 안전한지에 대한 신호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존재다.

구성원의 행동은 종종 개인의 역량보다 그들이 놓인 환경의 결과에 더 가깝다. 따라서 리더십의 본질은 사람을 판단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사람이 더 나은 행동을 할 수 있는 상황을 설계하는 데 있다. 구성원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묻기 전에, 그 행동을 만들어낸 환경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 지점에서 리더는 두 가지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야 한다. 먼저, ‘나는 지금 어떤 안경을 쓰고 상대를 바라보고 있는가’다. 이 질문은 자기 성찰을 요구한다. 그다음으론 ‘나는 지금 상대에게 어떤 상황이 되고 있는가’다. 이 질문은 리더의 책임을 요구한다. 이 두 질문이 만나는 지점에서 비로소 더 나은 리더십이 시작된다.

좋은 리더란 늘 객관적이고 정확한 사람이라기보다, 자기 안경에 낀 김을 끊임없이 닦아내는 사람에 가깝다. 사람을 바꾸려 하기보다 사람이 더 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오늘날 리더에게 가장 필요한 역할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