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금융회사가 연체채권을 팔 때 ‘되팔기 조건’을 계약서에 명시해야 한다. 채권 매각 이후에도 이를 사들인 양수인의 불법 추심 행위를 점검하는 것도 의무화된다. 연체채권이 반복 매각되는 과정에서 채무자가 과도한 추심에 노출되는 등 불이익을 받는 관행을 막기 위한 조치다.
금융위원회는 17일 이런 내용의 ‘채권추심 및 대출채권 매각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사전 예고했다. 현재 금융회사는 연체채권을 직접 보유하며 추심할 경우 개인채무자보호법에 따라 추심 횟수 제한, 연락 제한 요청권 등 엄격한 규제를 적용받는다. 추심업무를 외부에 맡겨도 수탁 채권추심회사의 불법행위로 채무자에게 손해가 발생하면 금융회사가 연대 배상 책임을 진다. 하지만 연체채권을 매각하면 이 같은 책임에서 사실상 벗어날 수 있었다. 그 결과 채권이 여러 차례 되팔리는 과정에서 추심 주체가 바뀌고, 채무자가 더 강한 추심이나 신용평점 하락 등 불이익을 겪는 문제가 발생해 왔다.
앞으로 금융회사는 채권을 매각한 뒤에도 양수인의 불법행위 여부를 점검하고, 위법 행위를 발견하면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점검에 필요한 경우 양도채권의 추심·추심위탁 현황, 시효 관리 현황 등 관련 정보를 양수인에게 요구할 수 있다.
재매각 관리도 강화된다. 금융회사는 채권매각계약서에 재매각 가능 여부와 범위, 재매각 시 승계되는 채무자 보호 조건, 재매각 대상 추심업체의 적정성 판단 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담아야 한다. 양수인이 재매각 조건을 어기면 해당 양수인에 대한 추가 채권 매각을 제한할 수 있다.
한편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날 서울 청계천로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포용금융 현장 대토론회’에서 “포용금융은 일회성 민생대책이 아니라 금융시스템의 구조개혁 과제”라며 “포용이 합리적인 선택이 되도록 금융의 규칙을 다시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제자로 나선 강경훈 동국대 교수는 “금융 기본권의 정립 및 확산과 함께 보편적 디지털 금융역량 제고 등 신용인프라 혁신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고석헌 신한금융그룹 부사장은 “포용금융 확대에 따른 금융회사의 건전성 부담을 덜기 위해 출연료 감면 등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며 “대안신용평가 활성화를 위한 데이터 활용 규제 완화도 병행해야 한다”고 건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