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700만 재외동포를 넘어, 이젠 '코리안 루츠'까지 품어야
정부가 집계하는 ‘700만 재외동포’라는 숫자는 세계에 흩어진 한국계 후손을 온전히 담아내고 있는가. 재일교포 3세로 학창 시절 한국과 일본의 경계에서 정체성을 고민했던 필자가 오랫동안 품었던 의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지금 통계는 행정 편의에 가려진 수많은 ‘숨은 재외동포’를 놓치고 있다. 정부의 ‘2025 재외동포현황’에 따르면 재외동포 약 700만명 가운데 240만명이 한국 국적의 재외국민이다. 나머지 약 460만 명은 국적은 다르지만 한민족의 혈통을 지닌 외국 국적 동포다.

이 외국 국적 동포의 통계 산정방식을 살펴보면 명백한 이중잣대를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은 혈통 기준으로 한국계 시민권자까지 포함해 집계한다. 중국은 중국 동포, 러시아·독립국가연합(CIS)은 고려인을 포함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한국 국적자 위주로만 동포 숫자를 집계한다. 미국이나 중국과 똑같은 기준을 적용했다면 일본 인구의 약 3%인 400만 명의 재일동포가 통계에 포함될 수 있었다.

1945년 해방 직후 일본에 잔류한 재일동포로 집계된 인원만 70만 명이다. 그 후 몇 세대에 걸쳐 후손이 태어났음을 고려하면 재일동포는 단순 계산만으로도 80년 전보다 2~3배는 많아야 한다. 하지만 공식 집계상으로 늘어난 인원은 겨우 26만 명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한국 국적자가 국제결혼을 통해 낳은 자녀를 재외동포에 반영하면서 증가한 것이 대부분이다. 제도 밖에 놓인 ‘코리안 루츠’(roots)를 자연 증가분 만큼도 못 담는 현실이다.

필자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오사카금강 인터내셔널스쿨(OKIS)은 1946년 재일동포 1세들이 “우리 아이들만큼은 조국의 말과 문화를 잊어선 안 된다”는 신념으로 피땀 흘려 세운 세계 최초의 재외 한국학교다. 지금 이곳에 다니는 재일동포 4세와 5세는 한국계 정체성이 뚜렷함에도 현행법상 재외동포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교육 지원의 사각지대에 방치되는 일이 태반이다. 통계의 빈틈이 서류상 숫자를 넘어 자라나는 아이들의 삶과 교육을 가로막는 현실을 현장에서 매일 지켜보고 있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은 이제 ‘동포를 어디까지 연결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기다. 한국인의 혈통과 정신적 뿌리를 공유하는 코리안 루츠를 정밀하게 파악하고 이들을 포용해야 한다. 우선 일본 정부와 신속하게 협의해 재일 코리안 루츠를 더욱 정밀하게 파악해야 한다. 이를 통해 확인한 한국 혈통에게는 입국 심사나 비자 발급, 체류·민원, 교육비 지원 등 ‘연결 통로’를 제공해야 한다.

정부가 재외동포의 뿌리를 확인해 주고, 한국어와 역사·문화교육을 통해 정체성을 지키도록 돕는 것은 국가가 외면해선 안 되는 책무다. 이는 급격한 저출생과 인구 절벽을 겪는 대한민국의 경쟁력 강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과거 이스라엘 유대인의 ‘디아스포라 네트워크’와 중국 화교의 ‘화상 네트워크’는 현재 본국을 지탱하는 강력한 외교적·경제적 울타리가 돼 있다. 우리도 국적의 한계를 넘어선 대승적 포용이 시급하다. 한국에 뿌리를 둔 재외동포가 조국과 연결돼 있다는 확신을 할 때 이들은 대한민국의 가장 탄탄한 글로벌 거점이자 외교적 우군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