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2-1 게이트 앞에 시위 참여자들이 몰려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2-1 게이트 앞에 시위 참여자들이 몰려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재투표'를 요구하며 시작된 잠실 개표소 시위에 최근 '부정선거'. '윤 어게인' 구호까지 등장하면서 2030 참가자들의 이탈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남아 있는 청년들 사이에서는 "참정권 침해를 말하고 싶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16일 오후 잠실 개표소 시위가 열리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은 2030과 중장년층 참가자가 비슷한 수준으로 모였다. 실시간 도시 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5분 기준 올림픽공원 실시간 인구는 1만~1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연령대는 60대(30.6%)였다. 반면 20대는 13.5%, 30대는 17%를 기록했다.

시위 초반과는 다른 모습이다. 시위가 시작된 첫 주말인 지난 7일 올림픽공원 방문객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연령대는 20대로 34.2%에 달했다. 30대 또한 23.4%를 차지해 전체의 절반 이상이 2030이었다. 다만 현장 일각에서는 평일 낮 시간대에는 중장년층 비중이 높고, 퇴근 시간 이후에는 2030 참가자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현장 상인들도 시위 참가자 구성의 변화를 체감했다. 핸드볼경기장 인근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A씨는 "6일과 13일, 일주일 만에 차이가 느껴졌다"며 "체감상 6일에는 편의점 손님의 70%가 2030이었지만, 13일에는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시위 운영을 맡는 자원봉사 인력도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참가자들에 따르면 자원봉사자는 2030 비중이 높은 편인데, 최근 들어 인력 부족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자원봉사자로 활동 중인 20대 B씨는 "일손이 너무 부족하다"며 "원래 담당 업무가 아닌 일까지 맡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올림픽공원을 떠나 재선거 피켓만 허용하는 시위를 따로 열었다.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태극기와 재선거 피켓만 허용한 시위가 열렸다. 주최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스레드에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많은 국민이 모인 것은 정치적 구호 때문이 아니다"라며 "참정권 침해가 일어났고 그 투표장을 지키던 국민이 제지당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인근에 '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종이 피켓이 붙어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인근에 '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종이 피켓이 붙어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실제로 잠실 개표소 시위에는 '부정선거', '윤 어게인' 등을 노골적으로 주장하는 참가자도 다수 보이고 있다. 성조기도 등장했다. 참정권 침해를 주장하는 시위가 정치적 성격을 띠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시위 현장을 떠나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대학가 역시 정치적 진영 논리와는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투표용지 사태와 관련한 전국 대학 학생회 성명을 모은 홈페이지 '한표의 기록'에 따르면 220개 대학 437건의 성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가치는 민주주의(97%), 참정권(94%), 신뢰·공정성(88%)이었다. 특히 85개 대학에서는 성명에서 "정쟁의 도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해당 사안을 정파의 승패보다 참정권, 절차, 신뢰 문제로 설명하는 흐름을 보였다고 홈페이지는 분석했다.

그럼에도 일부 청년들은 잠실 개표소 시위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참정권 침해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공간이 사실상 이곳뿐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대학생 김모씨(23)는 "윤 어게인을 외치려고 나온 것은 아니다. 어느 정당의 편도 아니다"라며 "참정권 침해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은데 현재로서는 잠실 시위 외에 마땅한 공간이 없다"고 말했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초기 목적이 흐려졌고, 이에 따라 2030이 참여 동력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며 "자발적으로 형성된 시위인 만큼 명확한 통제나 조직 체계가 없어 다양한 정치적 주장들이 유입됐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청년들이 이탈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