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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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8월 열릴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정청래 대표와 김민석 국무총리의 사실상 2파전으로 압축되는 가운데 두 사람의 정치적 궤적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범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지만 민주당 안에서 성장해온 경로는 다르다. 정 대표가 노사모와 친노(친노무현) 진영에서 정체성을 형성한 인물이라면, 김 총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발탁한 386세대 스타 정치인으로 출발해 긴 공백을 거쳐 친명 주류로 복귀한 인물이다.

정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대표였던 시절 최고위원으로 호흡을 맞추며 친명 주류로 분류돼 왔다. 다만 최근 당권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당내에서는 정 대표 계파를 따로 친청(친정청래)으로 부르는 흐름도 생겼다. 강성 당원층을 기반으로 검찰개혁과 당원주권을 앞세우며 독자적 색채를 강화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의 정치적 뿌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맞닿아 있다. 2002년 노 전 대통령이 새천년민주당 국민경선을 통해 대선 후보로 선출되던 시기 노사모 활동을 기반으로 존재감을 키웠다. 정 대표는 당시 싸리비라는 필명으로 활동한 핵심 멤버였다. 이후 2004년 탄핵 역풍 속에 국회에 입성했고 친노 세력이 약화한 뒤에도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과 개혁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계승해온 인물로 꼽힌다.
지난 2003년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당선 1주년을 기념하는 '리멤버(Remember) 1219' 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정청래 대표의 모습. 오마이뉴스
지난 2003년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당선 1주년을 기념하는 '리멤버(Remember) 1219' 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정청래 대표의 모습. 오마이뉴스
김민석 국무총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직접 발탁한 젊은 피였다.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김 총리는 1996년 15대 총선에서 서울 영등포을에 당선되며 30대 초반의 스타 정치인으로 부상했다.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에는 민주당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차세대 주자로 꼽혔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는 새천년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설 만큼 당내 기대가 컸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게 패했지만 당시만 해도 대표적인 젊은 간판이었다.

김 총리의 정치 인생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도 2002년이었다. 대선 국면에서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흔들리자 그는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해 정몽준 후보 측 국민통합21에 합류했다. 당시 친노 진영의 반발은 거셌다. 임종석 우상호 이인영 오영식 의원 등 당시 386 정치인은 공동성명을 내고 “더 이상 민주당도, 개혁도, 희망도 말하지 말라”며 김 총리를 공개 비판했다. 노사모 내부에서도 비난 여론이 이어졌다. 당시 김 총리는 보수 집권을 막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수차례 밝혔다. 대선 직전 정몽준 후보가 노무현 후보 지지를 철회했을 때는 노 후보 지지성명을 냈고 훗날 “노무현 승리를 보며 울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이후 김 총리는 정치자금법 사건 등으로 오랜 공백기를 겪었고 한때 사실상 정치 생명이 끝났다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원외에서도 독자 세력을 유지하며 재기를 모색했다. 2016년 추미애 대표 체제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김 총리가 이끌던 원외 민주당을 흡수합당하면서 그는 제1야당으로 복귀했다. 이후 민주연구원장 등을 거치며 당내 전략통으로 재평가받았고 이재명 대통령 체제에서는 핵심 측근 그룹으로 부상해 국무총리까지 올랐다.
지난 2002년 서울시 후보로 나선 김민석 국무총리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서울 여의도 MBC 서울시장합동 토론회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지난 2002년 서울시 후보로 나선 김민석 국무총리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서울 여의도 MBC 서울시장합동 토론회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당장 김 총리가 정 대표를 대체로 앞서는 흐름이 나타난다. 미디어토마토 조사에서 김 총리는 24.0%, 정 대표는 18.4%를 기록했고,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김 총리(40.1%)가 정 대표(22.9%)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오마이뉴스-STI 조사에서도 김 총리는 차기 당대표 선호도에서 34.8%를 기록해 정 대표(20.3%)를 앞섰고, 양자 대결에서는 58.7% 대 26.4%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김 총리가 당권을 잡으면 이재명 정부 초반 여당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실제 전당대회 승부를 가를 권리당원층에서는 다른 흐름도 감지된다. 폴리뉴스-한길리서치 조사에서 일반 국민 대상 적합도는 김 총리가 앞섰지만, 권리당원 조사에서는 정 대표가 40.2%로 김 총리(25.0%)를 크게 앞섰다. 정치권에서는 노사모와 강성 권리당원층을 중심으로 정 대표 지지세가 결집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번 전대는 친명 내부 당권 경쟁이지만 동시에 민주당의 오래된 족보 싸움 성격도 있다”며 “김민석 국무총리는 친명 주류의 안정적 당 운영을, 정청래 대표는 노무현 이후 당원 정치와 개혁 노선을 상징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당원이 어떤 민주당을 선택하느냐의 문제”라고 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