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농락 당했나…"이란, 트럼프 '갖고 놀며' 유리하게 합의"
연합뉴스에 따르면 볼턴은 16일(현지시간) 유럽 전문 매체 유로뉴스와 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략적 고려보다는 경제적 문제를 우선했다면서 "그들(이란)은 트럼프를 바이올린처럼 '갖고 놀며' 자신들이 원하던 합의를 얻어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는 합의의 지정학적 의미가 아니라 에너지 가격"이라면서 "그가 생각하는 단 한 가지는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해 걸프의 원유를 국제 시장에 유통함으로써 휘발유 가격을 낮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국가안보를 낮은 연료 가격과 맞바꾸는 것과 마찬가지냐는 기자의 질문에도 "기본적으로 그런 셈"이라고 답했다.
볼턴은 이번 합의의 전문이 공개되지 않는 점도 우려했다. 그는 "어떤 합의든 표제보다는 구체적 내용이 중요한 법인데 이란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제재 완화 범위, 호르무즈 해협의 실질적 재개방 방식 등 핵심적인 의문점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단한 합의였다면 이미 공개됐을 것"이라며 "이런 점은 꽤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볼턴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 지도부가 근본적으로 변화했다는 트럼프 정부의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지도부의 변화는 우리가 이란 정권의 상층부 400∼500명을 제거했기 때문일 뿐이며 이제 2선급 인사와 부관들을 상대해야 한다"며 "사람이 바뀌기는 했지만 광신적인 정권인 것은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또 "이란은 1970년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한 이래 56년 동안 줄곧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겠다고 말해 왔지만 실제로 그럴 생각은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스위스에서 예정된 미국·이란 종전협정 공식 서명식 이후 이란 핵 프로그램 검증 방안을 담은 문서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합의문 전문은 금요일(19일) 서명식 이후 공개될 것"이라며 "대이란 제재 완화 여부도 합의 이행과 행동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문서에는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된 이란 핵시설 검증 체계가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측은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처리와 핵시설 운영을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국제 감시기구의 감독 아래 두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악시오스는 미국과 이란이 핵 프로그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본 틀에 합의했으며, 향후 60일 동안 추가 핵협상을 진행하는 내용이 초안에 담겼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이 기간 동안 이란의 핵 활동을 국제 사찰단이 검증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