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가 2027년 적용할 최저임금으로 시급 1만2000원을 제시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은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 요구안으로 시급 1만2000원, 월급 250만8000원(월 209시간 기준)을 제시했다. 올해 최저임금(1만320원)보다 16.3% 높다. 경제계는 아직 공식 제시안을 내놓지 않았지만, 소상공인의 어려움 등을 고려해 동결을 주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저임금위는 16일부터 지역·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안건을 심의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에서 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우리나라는 최저임금이 지역별, 업종별로 동일하게 적용되는데 국가가 정한 최저임금의 개념에 대한 설명이 구체적으로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위 '업종·지역별 차등적용' 16일부터 심의…李는 선그어
李 "최저임금 개념 설명 필요"…노동계, 내년 16.3% 인상 요구

노동계, 내년 최저임금 1만2000원 제시
정부 안팎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최저임금 차등 적용 논의에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경영계가 주장하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영세 소상공인의 경영상 어려움을 해결해주기 위한 제도다. 최저임금법 제4조 1항은 최저임금을 ‘사업 종류별로 구분해 적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최저임금제가 처음 시행된 1988년에는 한시적으로 차등 적용됐지만 저임금 업종 낙인효과를 우려한 노동계의 거센 반발로 다음 해인 1989년부터 현재까지 단일 최저임금이 적용돼왔다. 이후 매년 경영계를 중심으로 차등 적용 요구가 거셌지만 번번이 최저임금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노동계는 지난해부터 도급제 근로자에게도 최저임금을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배달기사와 대리운전기사, 택배기사, 학습지 교사 등 특수고용직·플랫폼노동자 등에게도 최소한의 보수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요청으로 올해 최저임금위 정식 안건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이에 경영계는 “업종별 최저임금 적용이 우선”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도급제 최저임금 적용 안건은 지난 11일 최저임금위 5차 전원회의 표결에서 결국 부결됐다.

16일 열리는 6차 전원회의에서는 업종별 최저임금을 두고 논의가 이어진다. 다만 이 대통령이 ‘단일 최저임금’에 힘을 실어준 만큼 업종별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쟁도 힘을 잃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 발언에는) 매년 최저임금을 정할 때 갈등이 반복되는데 이를 줄여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계가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제시하면서 노사 간 인상률 싸움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노동계는 내년 최저시급으로 올해 최저임금(1만320원)보다 16.3% 오른 1만2000원을 제시했다. 노동계는 최근 3년(2023~2025년)간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이 2.37%로 같은 기간 평균 물가 상승률(2.66%)을 밑돌아 저임금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감소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2025년 최저임금위 기준 생계비가 월 275만4000원인데 최저임금 월 환산액은 약 215만원으로 생계비 충족률이 78.3%에 그친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경영계도 조만간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금리·고물가 영향으로 영세 사업장이 어려움을 겪는 점을 감안해 동결안이나 소폭 인상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의 법적 시한은 6월 말까지다.

곽용희/김형규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