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니 뎁 때문에"…교대 자퇴하고 마크롱 통역까지 한 사연
“작은 동네서점이 프랑스를 대표하는 책 전시를 맡게 돼 정말 꿈만 같아요.”

이달 24일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프랑스관 운영을 총괄할 이슬아(45·사진) ‘책방 리브레리’ 대표는 15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책방 리브레리는 이 대표가 2023년 인천 부평에서 설립한 국내 유일의 프랑스 전문 서점이다.

그는 지난 4월 방한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 간 오찬 행사에서 사회 겸 통역을 맡기도 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교보문고가 프랑스관을 운영했는데 프랑스 문화원 측은 올해 한불 수교 140주년을 맞아 그동안 국내에 프랑스 문화를 꾸준히 알려온 이 대표의 공적을 인정해 이례적으로 책방 리브레리에 전시 기획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학창 시절 초등 교사 지망생이었다. 광주교대에 진학했지만 학업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 우연히 배우 조니 뎁이 프랑스 시인 샤를 보들레르의 ‘악의 꽃’을 낭송하는 영상을 보고 매료됐다. 당시만 해도 프랑스어를 전혀 몰랐지만 틀에 박히지 않은 특유의 자유로운 문화에 깊이 빠져들었다. 고민 끝에 학교를 자퇴하고 연세대 불문학과에 다시 입학했다. 이후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을 거쳐 통번역사가 됐다. 대표 번역작으로는 프랑스식 블랙 유머와 가족애를 담은 그림책 ‘아빠 아빠 아빠’가 있다.

프랑스어에 대한 애정은 서점 창업으로 이어졌다. 2023년 9월 인천 부평의 한 오래된 주택가 건물 1층 공간을 개조해 한 달여 만에 책방을 열었다. 책방 리브레리는 금요일·토요일·일요일에만 문을 여는 예약제로 운영된다. 프랑스 그림책과 팝업북, 아트북 등을 직접 수입해 판매한다.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은 팝업북이다. 그는 “팝업북은 언어 장벽을 뛰어넘어 책을 펼치는 순간 이야기가 전달된다”며 “어릴 적 기억 때문에 다시 찾는 학부모도 적지 않다”고 했다.

이 대표는 2남 2녀를 둔 다둥이 워킹맘이기도 하다. 프랑스 국적으로 학원 강사를 했던 남편은 코로나19 이후부터는 육아와 가사를 전담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인공지능(AI) 시대에도 여전히 언어를 배우는 경험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AI가 통번역을 대신할 수는 있어도 사람과 사람이 언어로 직접 연결될 때 생기는 감정의 온도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최진영 기자 real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