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쩝, 글쎄요. 조정이 잘 성립될 수 있어서 (이혼 절차를) 빨리 끝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최태원(66) SK그룹 회장과 노소영(65)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재산 분할을 논의하기 위해 15일 법정에 나란히 출석했다.

오후 1시 47분께 법원 앞에 도착한 최 회장은 '노 관장과 2년 2개월만에 법정에서 대면하는데 심경이 어떤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글쎄요"라고 입을 떼며 "조정이 잘 성립돼 빨리 끝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간단하게 답했다.

그보다 앞선 1시 39분께 도착한 노 관장은 '오늘 합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조정 과정에서 타협할 수 있는 선이 있는가' 등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이들은 이날 오후 2시 서울고법 가사1부(이상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산분할 2차 조정 기일에 출석했다. 양측 대리인은 재산 분할의 규모와 방법, 기준 등에 관한 논의를 가졌으나 합의는 결국 불성립됐다.

두 사람의 법정 대면은 이혼소송 항소심 마지막 변론 기일인 2024년 4월 이후 약 2년 2개월 만이다.

양측은 특히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이 분할 대상인지를 두고 맞섰다.

최 회장 측은 SK 주식이 상속·증여로 형성된 특유재산이므로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노 관장 측은 양육 등 가사노동을 도맡으며 경영을 뒷받침한 만큼 분할 대상인 공동재산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재산 분할 파기환송심 2차 조정 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재산 분할 파기환송심 2차 조정 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재산분할 기준 시점에 대한 공방도 불성립의 요인으로 추정된다.

기준점을 이혼소송 사실심(항소심) 변론 종결일인 2024년 4월 16일로 할지, 현재 진행 중인 파기환송심의 변론 종결일로 할지에 따라 가액이 세 배 이상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심 변론 종결일 기준 SK 주가는 16만원으로,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 가액은 2조700억원대였다.

최근 SK 주가가 60만원 수준까지 크게 오르면서 그 가액도 대폭 뛰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1988년 9월 결혼해 슬하에 세 자녀를 뒀으나 파경을 맞았다. 2017년 최 회장의 이혼 조정 신청을 시작으로 두 사람은 지난한 소송전을 벌여왔다.

1심은 2022년 12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로 현금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2024년 5월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로 1조3천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 회장이 보유한 주식회사 SK 지분은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1심 판단을 뒤집어 분할액이 20배(665억원→1조3천억원)가 된 것이다.

SK그룹의 성장에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과 노 관장의 기여가 있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작년 10월 대법원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은 불법 자금이므로 이 돈이 SK에 유입됐다고 해도 재산 분할에서 노 관장의 기여로 참작할 수 없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돌려보냈다.

다만 위자료 20억원을 인정한 부분은 상고를 기각해 그대로 확정했다.

조정이 불성립되면서 양측은 오는 26일 재개되는 정식 변론에서 SK 주식의 재산분할 대상 여부와 가액 산정 기준 등을 두고 다시 법정 공방을 이어갈 전망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